매일신문

[지역 제조업 혁신, 현재 진행 중] 단순 작업 로봇에 맡기자 불량률 35%↓

'작업자 안전 1순위' 선제 도입…대체 후 생산량·납기준수↑
市 스마트공장 85.6% "만족"…고유 바코드로 카피제품 차단

과거 산업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대구 산업계는 최근 성장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제조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로봇 등 5대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연계가 공정혁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산업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은 지역 기업을 찾았다.

지난 21일 대구 국가산업단지
지난 21일 대구 국가산업단지 '문창' 본사에서 로봇이 스테인리스 패널을 프레스기에서 꺼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 물기업 로봇으로 제조혁신

지난 21일 대구 국가산업단지 '문창' 본사. 주력 제품인 물탱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패널 공정에 설치된 로봇 2대가 쉴새 없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로봇은 성형 프레스 기기에서 패널을 꺼내고 적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도입한 것이다.

로봇 설치 이전에는 작업자 2명이 성형프레스기에서 제품을 일일이 꺼내야 하는 탓에 생산성이 낮다는 단점이 분명했다. 작업자가 정확한 위치에 재료를 두지 않으면 재료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어 준비 시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작업자들의 안전이 가장 큰 위험요소였다. 프레스기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하는 탓에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제품을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무게로 인한 부담이 크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로봇을 도입한 이후 단순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작업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차단했다. 성형부터 자재 적재, 이동까지 자동화 및 무인화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실제 정량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일일 생산량과 납기준수율은 각각 23.5%, 17.2% 개선됐고 공정불량률은 35.5% 낮아졌다.

작업환경 개선으로 근로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로봇 도입을 결정하면서 설득이 필요했으나, 현재는 근로자들이 오히려 로봇과 함께하는 작업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중량물을 처리하는 고된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는 대신,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해 전반적인 작업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문성호 문창 대표는 "작업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로봇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며 "결과도 성공적이다.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긴장된 상태로 작업을 하다보면 피로도가 높고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는 예견하기 힘들다. 로봇은 이런 작은 가능성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대구 국가산업단지
지난 21일 대구 국가산업단지 '에너피아' 생산공장 모습. 이 업체는 스마트공장 시스템 도입으로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정우태 기자

◆ 스마트공장 구축 경쟁력 향상

같은 날 오후 찾은 난방 시스템 전문 기업 '에너피아'. 바닥재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모니터링 화면에는 품목가 규격, 생산수량, 작업량 및 시간 등이 실시간 정보가 표시됐다. 창고에는 바코드가 부착된 원재료가 종류별로 정렬돼 있었다.

에너피아는 전기바닥난방시스템 선도기업으로 관련 제품을 2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성장을 지속하던 에너피아는 다양한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이건 에너피아 본부장은 "난방 시스템 전반을 다루다 보니 어느 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품질팀 인력이 일일이 원인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모든 제품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어 원인을 분석하고 바로잡는 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출 국가에서 입지를 다지고 유럽을 비롯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탄력을 받았다. 이 본부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모방 제품이 많아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데 고유 바코드를 부착하면서 카피 제품이 줄었다. 품질이 향상됨에 따라 시장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한 스마트공장 공급 확대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총 695곳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5.6%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추가 구축 필요성에 대해 79.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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