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대학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물거품 된 '코리안 드림'

경북 모 대학 외국인 유학생 60여명 추방 위기

경북 모 대학에 입학했다가 대학의 무책임으로 체류연장 불허 처분을 받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제공
경북 모 대학에 입학했다가 대학의 무책임으로 체류연장 불허 처분을 받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제공

저출생 시대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경북 땅을 밟은 외국인 유학생 60여 명이 대학 등의 무책임에 의해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A씨(20대)는 지난해 7월 경북 B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모집 소식을 접했다. A씨는 입학원서를 들고 B대학을 바로 찾아갔으나 B대학은 C씨(우즈베키스탄)를 찾아가 입학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C씨는 한국에 체류 중인 우즈베키스탄 유학원 직원으로, B대학은 지난 2022년부터 해당 유학원에 외국인 유학생 모집 업무를 맡겼다.

이후 A씨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300여 명과 함께 C씨가 시키는 대로 서류를 준비하는 등 B대학 입학 준비를 했다. 토픽(한국어능력시험) 응시, 등록금 납부, 체류연장 신청 등 입학 절차를 밟았고, 지난해 8월 B대학에 정식 입학했다.

유학생들이 학교에 납부한 한 학기 등록금은 우리 돈으로 약 150만 원으로, 우즈베키스탄 학생들 관점에서는 2천100만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일부 학생은 수수료 명목으로 C씨에게 약 50만 원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순탄할 줄만 알았던 A씨의 유학 생활은 산산조각이 났다. 올해 1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B대학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300여 명 가운데 A씨 등 60여 명에게만 체류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불허 사유는 ▷재정능력 요건 입증 미비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 및 기타 공익상의 영향 고려 등이었다. 이 가운데 유학생들은 재정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외국인 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에 따르면 지방소재 대학 유학생의 경우 연간 유학경비 1천600만 원 이상을 국외에서 조달하고, 체류 허가 기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A씨는 "C씨가 엉뚱하게 1천600만 원~2천400만 원을 하루만 통장에 넣어두면 비자가 나온다고 알려줬다"며 "만약 학교가 정확한 내용을 알려줬다면 지침을 따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300여 명이 학교 측에서 요구한 비자 관련 서류를 일괄적으로 준비했는데, 240여 명은 체류 기간연장이 허가됐고, 나를 포함한 60여 명은 불허 처분을 받았다"며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외국인들은 대학의 도움이 없으면 입학과 체류 연장 신청 절차 밟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B대학 측은 "일부 학생들이 유학비자 필수 요건인 재정 능력을 입증하지 못해 불허 처분됐다"며 "C씨가 입학 관련 일을 한 것은 학생 모집을 위해 독자적으로 한 것이며 우리 대학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해당 지침은 출입국 내부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관련 기관에서 공지라도 했다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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