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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알지만 안 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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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대학(大學) 입시에 지역인재전형이라는 게 있다. 특정 지역(地域)의 대학에 해당 지역의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입시 전형이다. 수도권이나 다른 지방의 학생은 응시할 수 없어 해당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制度)다. 일종의 '지방 특혜'로 볼 수 있지만 문제 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지역 내 인재들의 유출(流出)을 막고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방 생존' 정책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서다.

전국 각 시도의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은 해당 지역의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채용(採用)해야 한다. 지난해 대구혁신도시 9개 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44.6%였다. 그런데 전년(45.6%)보다 낮아졌다는 이유로 여론(輿論)의 뭇매를 맞았다. 경북의 김천혁신도시 11개 기관의 지난해 채용률은 35.5%로 전국의 혁신도시 중 가장 낮았다. 역시나 '지역인재 채용률을 더 높여라'는 비판과 지적을 받았다.

법정 의무 채용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법안(法案) 발의(發議)도 잇따른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30%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는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 30%는 규범력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월 지역인재 법정 의무 채용률을 50%까지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구시는 최근 공무원임용시험에 응시자(應試者)의 거주지 제한을 없앴다. 시 공무원뿐 아니라 산하기관 모든 인력 채용 시 지역 제한을 폐지했다. 폐쇄성(閉鎖性)을 극복하고 전국의 우수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에 따르면 이번 거주지 제한 폐지 후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1.7배 상승했다고 한다. 지난 20일 대구교통공사도 하반기 신입 사원 채용 시험 원서 접수 결과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많아지면 더 나은 인재를 뽑을 확률(確率)이 올라가는 건 맞다. 그러나 이를 몰라서 다른 16개 시도가 공무원임용시험에 거주지 제한을 고수(固守)하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이를 몰라서 법제·제도화하면서까지 각 지역의 인재를 위한 각종 우대 정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기회의 장을 더 제공해 주진 못해도 굳이 있는 지역인재 채용의 기회와 길을 뺏거나 좁히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열린 채용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대구의 인재들을 위해 만들어져 있던 기회가, 대구의 일꾼이 될 수 있던 희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대구시가 전국의 인재를 영입한다며 거주지 제한을 폐지하는데 어찌 공공기관더러 '지역인재를 더 많이 뽑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학 입시의 지역인재전형은 또 어떤가. 지역의 학생, 젊은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머물게 하고,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대구시는 상위 법령에 거주지 제한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그동안 거주지 제한을 관행적으로 적용해 온 것을 과감히 바꿨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혁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지자체들은 의무도, 강제 규정도 아닌데도 거주지 제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몰라서 못 하는 게 있고 알지만 안 하는 게 있다. '열린 채용'도 좋지만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게, 더 우선시해야 할 게 있다면 우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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