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김종연 영남대의료원장 "우리가 로봇을 선택한 이유는…"

안전한 돌봄 제공하는 로봇, 의료진 부담 줄여줄 것으로 기대
기기 소독 외에도 환자 관찰, 병원 경비 등 다양한 작업 수행
의료대란으로 인한 불편, 훗날 AI가 해결할 수도

인터뷰 질문에 대답 중인 김종연 영남대의료원장. 영남대의료원 제공.
인터뷰 질문에 대답 중인 김종연 영남대의료원장. 영남대의료원 제공.

지난 여름부터 대구 남구에 있는 영남대병원 호흡기센터 1층 로비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바퀴 달린 의자 하나가 자동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간혹 목격했을 것이다. 이 '바퀴 달린 의자'는 단지 의자가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로비 입구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이동을 도와주는 '스마트 자율주행 체어로봇'이다. 앞으로 영남대병원에서는 환자의 이동과 약제 배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로봇을 만나볼 수 있다.

김종연 영남대의료원장은 "앞으로 우리 의료원 곳곳에서 활약할 서비스로봇은 혁신적인 기술이 의료현장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로봇'이냐고.

- 의료대란이 아니었다면 많은 상급종합병원들이 '스마트 병원'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고민하고 있을 시기다. 영남대의료원은 독특하게 '로봇'이라는 기술을 택했다. 선택의 이유를 듣고싶다.

▶'스마트 병원'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스마트 병원을 하려는 이유는 환자가 우리 병원에서 안전하게 진료를 잘 받고 가느냐의 관점으로 생각했다. '로봇'은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를 더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낙상 사고도 맞춤형으로 특화된 로봇을 사용한다면 매 시간 환자가 낙상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찰하고 낙상을 방지하는 역할의 수행이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 다른 병원들이 시스템이나 병원 운영 소프트웨어 부분을 강조할 때 로봇을 강조하고 있다.

▶ 로봇이 의료진의 일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의 소독이나 환자 관찰, 병원 경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의료진이 신경써야 할 부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부터 병원 내 서비스로봇 7대의 실증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정교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실증사업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부분도 같이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 로봇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교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로봇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 호흡기센터 1층에 로봇이 운용되는 중인데 환자나 내원객의 반응은 어떠한가?

▶ 아직 환자분을 대상으로 운영하지는 않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병원을 왔다갔다 하는 환자나 내원객들은 신기하다고 말씀하신다. 병원이 크고 복잡하다보니 로봇이 병원 내 가야할 곳을 알려주면 편리하겠다는 기대감은 있으신 걸로 알고 있다.

- 로봇 개발에 지역 업체와의 연계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 로봇 도입을 위해 지억업체를 맨 먼저 찾아봤는데 눈에 들어온 곳이 '대동모빌리티'였다. 원래도 농기계로 유명한 지역기업인데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한 연구도 많이 하고 있어서 이번 계기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남대와는 환자의 바이탈 사인(활력 징후)을 체크해서 대처가 필요할 때 로봇을 부를 수 있는 언택트 센서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얻고 있다.

- 의료대란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말 많은 과제와 시련에 맞닥뜨리고 있다. 영남대병원이 추구하는 스마트병원이 이러한 과제와 시련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 올해 카카오헬스케어와의 협업으로 병원 예약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예약 과정 자체는 편해졌는데 예약할 수 있는 의료진이 이미 스케줄이 꽉 차서 원하는 때에 예약을 할 수 없는 불편이 생겼다. 만약 인공지능이 더 활용되는 시기가 오면 인공지능이 일정 부분 의사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환자에 대한 정보만 주어진다면 인공지능이 의사 못지않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것이라 본다. 효율성이 좋아지는 만큼 의사 수요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다만, 지금의 의료대란은 아직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수준의 스마트병원이 구축되지 않은 단계에서 발생한 것이라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미래의 병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병원이 있는 이유는 결국 환자를 위해서다.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춰야 한다. 환자가 원하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환자가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병원은 젊은 층의 질병 예방, 치매와 같은 노년층 만성질환에 대한 맞춤형 돌봄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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