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野, 감액한 예산 뜯어보니 먹사니즘과 딴판…與 "예산, 정쟁도구로"

경제 리스크 대비할 예비비 반토막…동해 가스전 사업 예산 대부분 날아가
산업 경쟁력 강화·민생 예산들도 삭감…지역화폐 예산도 반영 안 해
특활비·특경비 삭감 잣대로 고무줄…與 "국가 미래·민생 안중에 없어"

2일 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안 보고와 관련한 피켓 시위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안 보고와 관련한 피켓 시위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상 초유의 단독 감액 예산안을 추진하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은 자신들이 강조해 온 현안 예산 증액마저 포기하면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우선 논란이 되는 것은 예비비 문제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4천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천억원 삭감됐는데 예비비가 4조8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사용된 연간 예비비 규모가 1조5천억원을 넘은 적이 없다며 이러한 감액의 명분을 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2022년 예비비 4조9천억원을 집행한 것은 물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 등을 위해 2조7천억원을 집행했다고 설명한다.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심화, 공급망 불안 등 거센 경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충분한 예비비 편성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야당의 감액 예산안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혁신성장펀드 예산 238억원, 원전산업성장펀드 50억원 등이 삭감됐고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 3억9천800만원, 민관합작 선진원자로수출기반구축 63억원, 바이오·의료기술개발 50억원 등 R&D 예산이 대거 감액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예산이 497억원이나 삭감된 것도 정부에겐 뼈아픈 지점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에너지 안보 및 국가 경제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중국 4만8천779공, 일본 813공 등 주변국들이 공격적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크게 뒤처진 우리가 우리 영토에서 부존자원을 확인하겠다는 시도를 막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의 1차공 탐사시추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책무이기도 하다"며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 개발 출자를 지원해 왔음에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생 예산도 대거 삭감되면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년도약계좌 예산이 260억원 삭감됐고 대학생 근로장학금 예산 83억3천200만원, 청년일경험 예산 46억원이 감액됐다.

민주당은 정부 원안에 없지만 신설한 2조원의 지역화폐 예산 증액도 포기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대표 사업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민생 예산 증액도 반영하지 않았다. 상임위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 1조6천억원,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 2천억원, 개 식용 종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 사업 예산 400억원 등이 반영된 바 있다.

반면 국회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삭감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논의 과정에서 국회 특활비를 줄이자고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정부안인 9억8천만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정업무경비 185억원도 변동이 없었다.

대통령실 특활비 82억5천100만원, 검찰 특경비 506억9천100만원과 특활비 80억9천만원, 감사원 특경비 45억원과 특활비 15억원 등을 삭감한 것과 대비된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검찰·경찰·감사원의 특활비, 특경비를 전액 삭감하고 대통령실 특활비까지 전례 없이 삭감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 몫의 특활비는 남겨두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혈세로 이뤄진 예산은 민생 회복과 경제 안정, 약자 돌봄, 국가 미래동력 확보에 쓰여야 한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국가의 미래와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의 도구로 예산안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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