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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번역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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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학창 시절(1980년대)에 어설픈 번역서(飜譯書)가 숱했다. 독일, 러시아, 프랑스 거장들의 심오한 소설을 읽다가 멀미를 느낄 때가 많았다. 긴 문장은 숨을 가쁘게 했다. 난마처럼 얽힌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찾는 일은 고통이었다. 거기에 맥락 없는 표현과 엉뚱한 단어들까지. 책을 읽고 나도 공허(空虛)했다.

번역 기반이 취약했던 시절에는 원전(原典) 번역이 아닌 중역(重譯), 삼역(三譯)이 많았다. 독일어 원전이 영어, 일본어를 거쳐 우리말로 바뀌면서 틀린 번역이 확대됐다. 과거에 읽었던 소설을 최근 번역본으로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르다. 술술 읽히고, 확확 다가온다. 번역의 힘이다. 번역은 직역(直譯)과 의역(意譯)으로 나뉜다. 직역은 원어 문장에 충실한 표현이다. 의역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방식이다. 둘의 우열(優劣)을 가릴 수는 없다. 원전의 장르와 특성, 독자층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다.

작품이 해외에서 호평(好評)을 받으려면 번역가를 잘 만나야 한다.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Deborah Smith)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의 공신이다. 한강 작가는 그의 번역으로 2016년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 이어 노벨상을 받았다. 데버러 스미스는 배수아 작가의 몇몇 소설, 안도현 시인의 '연어'도 번역했다. 그는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의역을 많이 활용했다.

'노벨문학상 보유국'이 되면서 번역이 주목받고 있다. 'K문학'의 세계화에는 번역의 힘이 필요하다. 정부가 번역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지난 31일 국회에서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정부 지원을 받아 번역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번역 분야에 우수한 교원과 학생들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K문학의 위상 제고는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이는 백범 김구 선생이 주창(主唱)한 '문화의 힘'이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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