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한상권 '시인론'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단디' '그 아이에게 물었다'

한상권 시인의
한상권 시인의 '시인론' 관련 이미지

〈시인론〉

매일

시를 읽는 왕과

시를 읽는 법관과

시를 읽는 환경론자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처럼 번지는 슬픔을 읽을 수 있다면

마른 뿌리를 흔드는 빗물처럼

모든 피어나는 것들에

손 내밀 수 있다면

누구나 시인이다

정의다 바다다

한상권 시인
한상권 시인

<시작 노트>

낡은 차를 타고 집을 나서다가 생각했다. 나는 왜 이 길 위를 달리는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대로 설 수 있는가. 간밤에, 바다가 갈라지고, 들판이 무너지는 것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신기한 일이다. 보행자는 신호등에 맞춰 길을 건너가고 빵집 아저씨는 흰 모자를 쓰고 가게 문을 열고 있으니 말이다. 이 평온은 무엇인가. 꿈인가. 우리 모두 하루에 한 편씩의 시를 읽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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