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 대통령, 국민 통합의 시대 열어 달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 이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분열된 사회 통합, 한·미 통상 협상 대응, 복합 경제 위기 극복 등의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면서 국정(國政)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권 인수 절차도 없이 취임하는 이 대통령에겐 가시밭길이다.

우리는 실패한 대통령, 불행한 대통령을 많이 겪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전철(前轍)을 밟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국가 지도자가 돼야 한다. 이는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다. 이 대통령은 '온전한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민주당이나 지지 세력, 특정 이념에 의지해 국정을 이끌면 안 된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국정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정치 보복(報復)'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통합된 나라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지당한 말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게 하면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도 이 대통령을 신뢰하고 응원할 것이다.

대내외 여건은 엄혹(嚴酷)하다. 경제는 터널에 갇혔다. 내수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없고,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수출은 불안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대로 전망했다. 나라의 곳간은 궁핍해졌고, 국민의 살림은 쪼그라들었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 위기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지난 5월 K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절반(52%)이 21대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로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꼽았다. 새 정부는 재계와 협력해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 대통령은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와 많은 국민들은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반(反)기업적 입법 추진을 우려한다. 이 대통령은 이런 여론을 살펴서 국익(國益)에 우선한 결정을 해야 한다.

국제 정세는 격변(激變)하고 있다. 북한 핵 위협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용으로 주한 미군 감축(減縮)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와중에 국내 정치는 내전(內戰) 상태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극도의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국론은 더 분열됐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역량과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당면 과제는 국민 통합과 정치 복원이다. 여대야소(與大野小)의 지형에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이 더 커졌다. 국가 위기를 헤쳐 가려면 국론을 결집시켜야 한다. 국민을 갈라 치는 정치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통합은 포용과 관용의 기반(基盤) 위에서 이뤄진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게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대통령이 지지층에만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고 야당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붙인다면,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정파를 가리지 않는 인재 등용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등 주요 인선에서 탕평 정신을 보여 주길 바란다.

이 대통령의 사법(司法) 리스크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당장 18일이면 서울고법에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린다. 이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다른 재판들도 정상적으로 열릴지 불확실하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입법·행정을 동시에 장악한 새 정부의 독단(獨斷)을 우려한다. 여대야소 정국에서도 상생과 협치는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게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다. 그렇게 되려면 지지층에 편향된 노선을 보였던 민주당과는 결을 달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을 언급하면서 실용주의를 실천하겠다고 했으니, 그 말대로 실행하면 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