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은 다르더라도, 역사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해선 안 됩니다."
남희숙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지난달 30일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역사전쟁 바로 알기'란 주제로 강연을 하며 "우리에겐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할 책임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직속 기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대한민국 성공의 현대사를 국내외에 알린다'는 취지로 서울 광화문 인근에 개관했다. 남 전 관장은 대구 출신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자료관리과장, 연구기획과장, 조사연구과장 등을 지냈고 2021년부터 2년 동안 관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역사 교과서 논쟁 등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역사전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를 바라보는 자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 전 관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역사전쟁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6년 조선총독부가 '조선반도사'를 편찬한 게 시발점이었다. 그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뜻에 맞게 한국사를 재구성해 침략과 식민지화를 정당화하고, 민족의식과 독립운동을 고취하는 역사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맞서 민족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신채호 등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사관이 등장한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반역적 행위로 보는 시각도 민족주의 사관에서 비롯됐다.
1945년 광복 이후에는 식민사관 극복이 역사학계의 최대 과제였다. 내재적 발전론(식민지 수탈론)이 대표적이다.
1975년을 즈음해서는 분단극복 사관이 등장했다. 한국사 연구가 분단을 극복하는 통일지향적 민족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백범 김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그의 통일정부 수립 활동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 남북분단의 책임, 6·25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첨예하게 좌우로 갈리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이후 1980년대 중반 등장한 민중사학, 경제사학자들이 제기한 식민지근대화론, 건국절 논란, 역사교과서 논란 등이 이어지며 지금껏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대립을 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전 관장은 "학자들의 역사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역사가 정치화되고 진영 논리가 만들어지면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상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점에서 '역사전쟁'이란 표현까지 쓰게 됐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절체절명의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적 성향은 당연히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을 갖고 역사를 재단하면서 역사를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빛과 어둠이 늘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함께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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