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수십여 대의 관광버스가 타 지역으로 떠나지만, 10여년 동안 자신을 낳고 키워준 고향의 들녘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고장 순례 걷기모임(이하 내순모)' 회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내 고장을 사랑해야겠다'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한여름 뙤약볕에도, 차가운 엄동설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에 한번 꼴로 고향 들녘을 걷는다.
이들은 단순히 걷는데 그치지 않는다. 길에서 만나는 고향 어르신들의 푸근한 인심을 느끼고, 사람의 정이 그리운 시골마을에 온기를 불어넣고, 자신의 모태인 농촌과 하나 되는 아름다운 몸짓을 나눈다.
지난 5일 안동시 송하동 경안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50회째 내순모가 진행됐다.
김명호 전 경북도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걷기모임은 지난 2014년 7월 26일 와룡면 예절학교에서 녹전장터까지 15km길을 걸으면서 시작됐다. 매년 7~8회 운영됐으며,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이날 50회를 맞았다.
매회 평균 200~300여명이 참석하던 이 걷기모임은 한때는 서울 출향인들 사이에서 함께 걷기 열풍이 불면서 재경향우회 걷기모임으로 자리잡아 700여명이 함께 걷기도 했었다.
이날 50회 걷기에는 35℃씨를 오르내리는 가마솥 찜통더위 속에서도 50여명이 함께했다. 3월말 초대형 산불피해로 인해 올해는 5월과 6월 두 차례 걷기모임을 가졌다.
이날 경안여고 운동장을 출발해 노하동과 제봉골, 수릿골을 지나 원주변씨 간재종택에서 잠시 쉬었다가, 교리 진주하씨 단계종택을 거쳐 호암 마을로 돌아오는 11km길을 걸었다.
경안여고 편인 노하동 '태극기마을'과 게스트하우스 '안동풍경'을 거쳐 '백로가 내렸다'(白鷺下田)는 마당재 들로 나서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부지런한 농부와 눈 인사로 건강을 묻는다.
잠시 쉬어가는 정착지인 '원주변씨 간재종택'. 접시꽃 행렬 사이로 나그네들이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내순모의 자랑거리, 10년째 이어온 버스킹이 마련돼 걷는 이들의 고단함을 달랜다. 변성렬 종손은 시원한 수박으로 '접빈객', 손님을 맞이한다.
이날 버스킹에는 통키타 가수 '시 노래패 징검다리', 트롯가수 '영자매', 테너 '손혁' 등이 나섰다.
사육신 하위지 선생을 모신 창열서원 단계종택, 바랑산 앞 '가을신선'을 지나 솔밤다리를 건너, 안동역사와 호암마을을 거쳐 전주명가 콩나물 국밥 한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걷기를 마무리 했다.
김명호 전 경북도의원은 "자동차로 숱하게 지났던 낭만적 시골길을 내발로 걸어냈다는 뿌듯함으로 오후 시간이 즐겁다"며 "고향 안동의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양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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