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계, 의정갈등 해결 위해 의사소통 능력 더 키워야"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상반기 워크숍' 대구서 열려
의정갈등 속 의료계 대처 관련 외부 평가 경청·반성 자리

대한의사협회 산하 KMA POLICY(폴리시)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대한의사협회 산하 KMA POLICY(폴리시)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2025년 상반기 KMA POLICY 워크숍 - 2024년 대한민국 의료농단에 대하여'가 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이화섭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료계가 국민들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설득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KMA POLICY(폴리시) 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2025년 상반기 워크숍을 열고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료계의 대처에 대해 의료계 바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2024년 대한민국 의료농단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는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영훈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 지난해 의정갈등이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했음을 지적하며 "지금의 의료체계의 문제나 의정갈등이 의사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의사를 떠나서 우리나라 국민이 보편적으로 침해하는 문제라는 점을 알려야 된다"고 운을 뗐다.

의료계 외부의 발표자들은 의정갈등 대처 과정에서 의료계가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데 전략적인 실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이덕환 명예교수는 "의료계가 증원 반대 논리를 펼 때 쓴 '과학적 추계'라는 용어와 '해부학 실험실 등 의대 시설 미비' 등의 근거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부족한 논리였다"며 "차라리 '합리적 추계'라고 용어를 쓰거나 '수련 병원 부족 및 병원 증설에 따른 천문학적 예산 소요' 등을 근거로 댔다면 설득이 쉬웠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올라갔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6개월 뒤 다시 하락했고, 그 사이에 관료들 또한 실언이 있었지만 의료계 또한 이 시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안혜리 논설위원은 "의대 증원 발표 후 6개월 뒤 국민 불편 가중으로 대통령 지지도 하락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연찬회에서 했던 '6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발언 등으로 국민 여론이 나빠져 있을 때 의사들 또한 막말로 인심을 잃었다"면서 "전달을 위해 서사를 만드는 대신 무조건 내용 전달에만 열을 올린 탓에 국민들 마음을 잡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발표자들은 의료계가 국민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혜리 논설위원은 "'사실을 말했으니까 저 사람들은 내 말을 믿고 내 전문성을 믿고 내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이를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야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명예교수는 "의료계가 단체, 직역의 분화가 너무 많다보니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내부에서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교육, 의료 자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잘못된 의료정보나 이를 퍼트리는 의사를 자율적으로 단속하는 내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중 의정갈등 상황에서 법률적 문제를 겪은 이들에게 의료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훈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 명단을 공표한 전공의에 대해서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며 "이는 당사자 간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 선처를 바란다면 의료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구 지역 한 개원의는 "의료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면서 의료계 또한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또 깨닫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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