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 핵 위협 대응"…유럽 핵 전력 강화 나서

美, 17년 만에 영국에 핵무기 배치한 듯
F-35A 전투기에 탑재 B61 핵폭탄 추정
英·佛, 유럽 전역으로 핵우산 확대키로

레이컨히스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 공군 제48 전투비행단의 F-35A 라이트닝II 전투기 [EPA 연합뉴스]
레이컨히스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 공군 제48 전투비행단의 F-35A 라이트닝II 전투기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핵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프랑스가 유럽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핵 전력 강화에 나섰다. 미국은 영국의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재배치했고,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유럽 전체로 핵우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이 17년 만에 영국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뉴멕시코주 커틀랜드 미 공군기지를 이륙한 C-17 수송기가 10시간을 비행한 뒤 잉글랜드 서퍽에 있는 레이컨히스 영국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커틀랜드 기지는 미 공군이 핵무기를 보관하는 주요 기지이며, 레이컨히스 기지는 미 공군 부대와 군 인력이 주둔하는 곳이다.

더타임스는 이 수송기가 실어 나른 것은 B61 핵폭탄이며 이는 최근 영국이 새로 도입 계획을 공개한 F-35A 전투기 탑재용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군은 지난 수년간 레이컨히스 기지에서 핵폭탄 보관에 대비해 방공호와 방어막을 포함해 시설을 증·개축했다.

또 지난달 말 키어 스타머 총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영국은 위기 시에 나토 임무의 하나로서 전술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F-35A 전투기 12대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왼쪽)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왼쪽)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유럽 전역에 핵우산 확대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양국의 핵전력 사용 조율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양국은 핵대응을 조율할 수 있는 군사·정치기구를 마련하게 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는 양국 각각의 (핵)억지력이 사상 처음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조율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핵억지력을 유럽의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해왔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같은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5천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영국과 프랑스가 보유한 핵탄두는 합쳐서 515기 정도다. 영국은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을 탑재한 해군 잠수함 기반으로만 핵전력을 갖추고 있다. 영국 공군의 핵 역할은 1998년 공중 발사 핵무기를 공식 퇴역하면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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