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 착취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돼 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킬 이슈가 될지 촉각이 모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올해 초 미 법무부 관리들이 엡스타인 관련 문서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엡스타인 관련 문서가 "트럭 한 대를 가득 채울 분량"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WSJ는 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5월 본디 장관 등은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파일에 다수의 유력 인사들의 이름과 함께 트럼프의 이름이 포함돼 있음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파일에 이름이 오른 게 범죄 혐의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된다. 1990년대 엡스타인 개인 비행기 탑승 기록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여러 차례 적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여자친구이던 멜라니아 여사, 엡스타인, 기슬레인 맥스웰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측근으로 아동 성매매 등 혐의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여성이다.
백악관은 즉시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것은 민주당원들과 진보 성향 언론이 지어낸 가짜 뉴스의 연장에 있을 뿐"이라며 "오바마의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옳았던 사안과 똑같은 사례"라고 했다. WSJ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때 그에게 외설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WSJ의 실소유주인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엡스타인 관련 정보 공개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중 관련 문서 공개를 약속한 바 있는 데다 핵심 지지층 내부에서도 진상 규명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엡스타인 파일에 아동 음란물과 피해자 정보가 포함돼 있어 공개 불가라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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