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국이 문제"라는 조현 외교부 장관 발언의 진정성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황해(서해)에서 벌여온 일들을 지켜봐 왔다" "'중국이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역내 문제에서도 국제법을 준수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중(親中) 성향으로 여겨지는 이재명 정부 주요 인사가 중국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조 장관은 현재 이달 중 열릴 전망인 한미 정상회담의 일정·의제를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조율하고 있다.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의 개입(介入)과 영향력을 우려한다"고 언급한 것을 감안할 때, 조 장관의 발언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만남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4일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이와 관련, "현재 중국은 주변국들과 모두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다소 신경질적인 논평을 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친미(親美)·친일(親日)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지난달 27일 외교부 국장급에 불과한 싱하이밍 전 주한중국대사가 한·중 고위 포럼에서 "한국의 반중 여론은 극우 세력이 조장하고 있다. 이들을 (이재명) 정부가 단속해야 한다"는 내정간섭적인 오만한 발언을 했지만,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곳에서도 적극적인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한 한국의 대(對)중국 견제 역할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2017년 4월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부터 고구려사 등 역사마저 왜곡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본격화되었다. 진영의 대립이 다시 뚜렷해지는 신냉전 시대를 맞아 오락가락하는 박쥐 외교는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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