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립대구조개선법 제정됐지만, 학생과 교직원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해산정리금 최대 15% 지급…교육공공성·예산부담 논란
교육 공공성 훼손, 구성원 보호 미비 등 부작용 우려도
제도 기반 마련된 사립대 구조조정…정부·지자체 역할 강조

2018년 페교한 대구미래대학교. 지난 2021년 강의실 앞에 집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2018년 페교한 대구미래대학교. 지난 2021년 강의실 앞에 집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사립대학의 자율 해산을 가능케 한 구조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해산정리금 지급과 잔여재산 귀속 특례 조항이 논란을 낳고 있다. 교직원과 재학생 보호 장치는 실효성이 낮고, 정부의 예산부담 우려도 제기된다. 대학 설립자에게는 출구를 열어준 반면, 남겨진 구성원들은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립대구조개선법 마련…자발적 해산 길 터

교육부와 국회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립대구조개선법)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 제정은 2021년부터 학령인구가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하고, 사립대의 미충원 인원이 2022년 기준 2만9천535명에 달하는 등 고등교육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동안 '사립학교법'상 해산 사유 제한, 잔여재산 귀속 제약 등으로 사립대는 자율적으로 퇴출하기 어려웠고, 폐교나 해산 유인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2010년부터 유사 법안이 지속 발의됐으나, 재산 처리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 현실 속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2대 국회는 제도화에 뜻을 모았다. 이번 법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되며,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가진다.

법 통과로 사립대 구조조정은 제도 기반을 갖추게 됐다. 기존 '사립학교법'의 절차를 완화해 폐교와 해산을 가능케 하고, 잔여재산 일부를 공익법인 등으로 이전하거나 설립자에게 일정 비율(최대 15%)의 해산정리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사립대 설립자의 자발적 해산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구조개선의 실효성을 높였고, 정부 주도의 경영위기대학 지정과 구조개선명령 제도를 통해 구조조정의 공공성과 체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을 중심으로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조개선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해산정리금 논란·구성원 보호 미흡 우려

사립대구조개선법이 교육 공공성을 훼손하며, 법인 전환에 따라 부작용과 대학 구성원 보호 미흡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해산정리금 제도를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다. 해산정리금 지급기준은 '잔여재산 귀속분의 15%'와 '설립자기본금' 중 적은 금액으로 제한돼 있으나, 문제는 설립자기본금 자체가 실제 설립자의 출연금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관련 규칙을 개정해 설립자 등의 기여분을 설립자기본금으로 기재하도록 했지만, 설립된 지 오래된 대학의 경우 출연 재산에 대한 증빙 서류가 부재하거나 부실한 사례가 많아 설립자기본금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리금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과거 학교 건물이나 토지 등이 설립자기본금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어, 순수한 설립자 기여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아울러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 전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법에 따르면 해산 학교법인은 잔여재산 일부를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사학진흥기금으로 출연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 해당 법인들에 대한 수요가 면밀하게 분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사립대학이 대거 전환할 경우, 지역별 과잉 공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내 유사 기능을 가진 법인 간 경쟁 과열이나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잔여재산의 공익적 활용이라는 입법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폐교 과정에서 교직원과 재학생의 보호 장치는 법에 규정돼 있으나, 현실적인 이행 가능성과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가령, 교직원의 체불임금은 '3개월 임금과 3년 퇴직금'만이 1순위 채권으로 우선 변제 대상이며, 그 이상의 채권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는 기본재산의 원활한 매각이 선행돼만 가능한데, 접근성·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사립대일수록 자산 매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사학진흥재단이 융자사업으로 임금 등을 우선 변제한다고 하더라도, 해산 대학이 다수 발생할 경우 예산부담이 커져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재학생의 경우 편입학 포기 시 위로금 지급이 명시되어 있으나, 이는 '잔여재산 범위 내에서 심의를 거쳐' 지급하도록 해 학교 상황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 대응 필요…"명확한 기준·보호 대책·재정 확보"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법 제정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개선 과정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재정진단과 감사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먹튀 해산'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구조개선명령 남용, 해산정리금 지급 기준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교육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설립자기본금의 타당성'과 '잔여재산 귀속 기준'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동반돼야 한다.

또한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전체 사립대를 대상으로 폐교 의사, 재학생 수, 교직원 수, 임금 체불 규모 등을 전수조사하고 이에 따른 예산과 인력도 사전에 확보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과 함께 고등교육 재정 확보가 동반돼야 한다. 정부는 '대학 구조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지방대학 정원감축과 수도권 대학 규모 적정화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대학의 재정수입 감소에 대비해 사립대 경상비 지원 확대와 함께, 고등교육 재정 확보 전략 수립도 병행되어야 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사립대구조개선법은 경영이 어려운 학교법인의 해산을 유도해 질서 있는 퇴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지만, 설립자기본금의 불명확성과 해산정리금 제도는 교육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폐교 대학 구성원 보호와 유휴 부지 활용 방안까지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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