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신에 끼어 얼굴뼈 산산조각..."죽기 무서워 기절 못했다" 병사 호소

13시간 대수술... 여단장은 "부대 복귀해 통원치료 하자"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한 안태랑 씨. /유튜브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한 안태랑 씨. /유튜브

"제 얼굴이 어색하시죠? 2년 전에 군대에서 크게 사고를 당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육군 복무 중 K-9 자주포 조종수로 근무하다 포신에 얼굴이 끼여 심각한 부상을 입은 안태랑 씨가 자신의 사고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안 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TAERANI'에 영상 3개를 올리고 군복무 시절 발생한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안 씨에 따르면, 사고는 2023년 5월 23일 육군 한 여단 주최 포술 경연대회에서 발생했다. 여단 예하 부대들이 모인 가운데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 지점으로 이동해 사격 위치를 받고 사격을 완료하는 방식이었다. 조종수였던 그는 출발 지점에서 첫 번째 포인트까지 자주포를 조종해 이동한 뒤, 포반장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는 정각 2시에 시작됐으나, 보통 1분~1분 30초 안에 도착해야 하는 사격 지휘 차량(K-77)의 사격 위치 전송이 6~7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자주포 조종수는 목을 해치 밖으로 빼놓고 조종을 하다가, 포신을 움직여야 할 때는 포반장 지시에 따라 의자를 내려 해치 안으로 들어가도록 돼있다. 조종수가 해치를 닫고 포반장에 보고하면, 포반장은 사격 명령을 내리게 된다. 군 규정상 간부 지시가 있기 전에는 조종수가 임의로 의자를 내리거나 해치를 닫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조용히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명령은 제때 전달되지 않았고, 갑자기 누군가가 포신을 움직이면서 피할 새도 없이 안 씨의 얼굴이 포신에 끼어버렸다. 그는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포신이 제 왼쪽 뺨에 와 있었다"며 "41톤이나 되는 차가운 철 덩어리가 얼굴을 짓눌렀다. 입에서 피가 팍 하고 터져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사고로 치아 두 개가 튀어나가고 얼굴 뼈 전체가 으스러졌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모든 걸 놔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다행히 다른 부대 간부가 사고를 목격하고 포신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도록 해 안 씨를 구조했다. 땅으로 떨어진 안 씨는 찰나의 순간 자주포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말았다. 그는 "제 얼굴은 눈 위치가 제각각이었고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으스러져 있었다"며 "얼굴이 어떤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후 헬기로 병원에 이송된 그는 13시간 45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얼굴 뼈를 하나하나 다시 맞추는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술 후 군 복귀 가능성을 통보받았다. 부대는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현부심)를 약속했지만 '서류 미비'와 '심사 지연'을 이유로 수개월을 끌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여단장이 "병원 1인실에 오래 있으면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 부대 복귀 후 통원 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하면서 그의 신뢰는 무너졌다.

이후 그는 현부심 통과를 위해 이비인후과·정형외과·신경과 등 병원을 전전했지만 "매뉴얼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는 "내 청춘의 대가는 A4 반쪽도 안 되는 서류 한 장이었다"며 "그 종이 쪼가리로 내 아픔을 평가하는데 그때 마음을 다쳤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3일 밤낮으로 기저귀를 갈며 그를 직접 간호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멀쩡히 입대한 아들이 탱크에 얼굴이 끼었다는 전화를 받은 부모 앞에서 어떻게 다시 군대로 보내자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군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병사가 간절하게 치료와 지원을 요구해야 하는 구조에 절망하며 "저는 군대라는 조직의 피해자"라고 했다. 그는 "전역증을 받았지만 아직 전역하지 못했다"며 현재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현부심은 현역 복무가 부적합한 군인을 심사를 통해 전역시키는 제도로, 병사가 현부심을 신청하거나 지휘관이 현부심 대상자로 판단하여 심사를 요청하면 절차가 시작된다. 사단 조사위원회 조사, 병역심사관리대 관찰, 군 인사사령부 심사를 거쳐 전역 여부가 결정된다.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더라도 보충역으로 재판정해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근무하게 된다. 병무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고 사회 복무를 못할 정도라도 판단될 시 의가사 제대를 시키고, 사회복무는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보충역으로 편입, 남은 군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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