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지역사회공헌센터, 이음발달지원센터㈜, 한국가스공사가 함께 운영한 '따뜻한 배움-런(learn) 온(溫)' 멘토링 프로젝트가 올해도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느린학습자는 '또래에 비해 학습 속도와 이해 속도가 느려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과 반복, 개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으로 정의된다. 학습의 속도가 조금 느릴 뿐, 충분한 지지와 믿음 속에서 누구보다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이러한 느린학습자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위 세 기관이 함께하는 느린학습자 멘토링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시도된 느린학습자 프로그램으로 2023년 시작돼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특히 올해는 대구시 RISE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돼 대학과 지자체가 연계해 포용적 지역문화를 확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깊다.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경북대학교 대학원생·대학생 10명이 멘토가 돼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사이의 느린학습자 멘티 10명과 1대1로 만나 일상생활 기술, 사회적 의사소통, 교통수단 활용 방법 익히기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함께했다.
멘티들은 멘토의 지지 속에서 용기를 내어 새로운 활동에 도전했고, 멘토들은 속도와 방식이 서로 다른 아이들을 기다리며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했던 두 주체가 만나,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함께했던 10주의 기록-멘토가 들려주는 순간
이번에 멘토로 참여한 권경욱(경북대 에너지공학부 석사과정) 학생은 석사 2년차로 논문 작성과 졸업을 앞둔 바쁜 시기지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연말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올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교내 인스타그램에서 '배움;런온'을 우연히 보게 됐다. 주말 운영이라는 점, 그리고 치밀하게 구성된 프로그램 계획표를 보고 참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10주 동안 멘티들과 보낸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그는 '발표 시간'을 꼽았다.
권경욱 학생은 "처음엔 발표 순서가 오면 친구들이 너무 떨고 말을 잇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늘 멘토가 옆에서 함께 발표했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멘티 한 명이 발표 시작 전에 '오늘은 제가 혼자 해볼게요'라고 말했다"며 미소 지었다.
떨림을 이겨내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표현해낸 그 모습이 권경욱 학생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았다.
이어 "일상의 작은 도전들이 쌓여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본 것이 이번 활동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저에게는 학교 생활의 소중한 마무리가 됐고, 멘티들에게도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숫자로 확인한 변화: 용기, 관계, 기술의 성장
프로그램 종료 후 실시한 학부모·멘티·멘토 만족도 조사는 5점 만점에 평균 4.9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회적 기술 평가에서 가장 높은 향상을 보인 멘티는 121% 성장 ▷일상생활 기술 평가에서는 최대 80% 향상이라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일시적인 멘토링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멘티들은 교통수단 활용, 감정표현,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 등 일상에서 필요한 기술의 반복 연습을 통해 조금 느리다 할지라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경험을 얻었다. 멘토들 역시 자신과는 다른 속도의 세계를 배우며 '기다림의 교육'을 경험하였다.
'2025 따뜻한 배움-런 온'은 9월의 늦더위 속에서 첫 만남을 가진 멘토·멘티가 가을을 지나 겨울 문턱까지 함께 걸어온 여정을 담고 있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느린학습자 청소년들은 멘토의 격려 속에 세상의 문을 열고 많은 경험을 했으며, 대학생 멘토들은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시야를 넓혀갔다.
경북대 관계자는 "올해 프로그램의 테마는 '런 온 히어로즈(Heroes)'였다. 느린학습자를 향한 지역사회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올해는 멘토의 손을 잡고 첫걸음을 내딛은 멘티들이 언젠가 또 다른 아이의 손을 이끌어줄 '작은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이 작은 히어로들이 만들어낸 따뜻한 변화의 물결이 내년에도 이어져, 지역사회 속에서 더 많은 성장의 장면들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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