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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밤에 우리 영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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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에디(제인 폰다)는 용기를 내 옆집에 사는 루이스 워터스(로버트 레드퍼드)를 찾아간다. 그는 성실하고, 아내를 잃고 홀로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다. 에디는 어렵게 말문을 연다. ​"밤이 너무 길고 외로워요. 그냥 와서, 같이 누워만 있어 주실 수 있나요?"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밤은 따뜻해진다. 이 영화('밤에 우리 영혼은')의 명대사 "우리 함께 잘래요"는 "라면 먹을래요"('봄날은 간다'의 은수 대사)와 쌍벽(雙璧)을 이룰 만하다.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은 미국 작가 켄트 하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배우자와 사별(死別) 후 황혼기를 맞은 70대 남녀의 잔잔한 이야기다. 여느 멜로 영화나 청춘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다.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가 나올 때, 가슴 한쪽에서 묵직한 뭔가가 올라온다. '같이 자자'란 대사는 선정적(煽情的)으로 들리지만,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디는 사람의 말, 체취, 온기가 그리웠던 것이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 했다. 그래서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孤獨)을 혼동한다. 흔히 쓰는 '고독사'(홀로 사는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죽는 일)란 용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독사보다 '외로운 죽음'이 사실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강제적 소외(疏外) 상태, 이 세계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이다. 고독은 자발적 소외 상태, 홀로 나를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불안·우울·질병을 낳지만, 고독은 사색·창작·철학을 만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11월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는 '사회적 고립(孤立)'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다.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은 "외로움이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고,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의 위험은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고 했다. 어른신들이 왜 생면부지(生面不知)에게 말을 걸고, 할 말은 그렇게도 많은 걸까. 외로워서 그렇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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