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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절대존엄(?) 김현지가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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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인사와 재무, 행정, 경내 행사 등을 총괄한다. 이른바 '통치자금'이라고 불리는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지출 등 비자금 운영 권한을 쥐고 있어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 맡는 자리다. 비자금 뿐 아니라 대통령실 인사까지 관여하면서 '왕비서관' 이나 '비선 실세'로 불린다.

김영삼 전 대통령시절에는 수석이었다가 이후 비서관으로 '직급'을 낮췄으나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는다는 점에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언터쳐블'이다. 대통령의 문고리권력이라는 점에서 총무비서관은 사법처리된 대통령의 운명과 같이 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6촌인 홍인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서 출신 박금옥,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호사 사무장을 지낸 최도술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이명박·박근혜 때도 '비선집사'역할은 변치 않았다. 김백준,이재만이 그 자리를 맡았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검사시절부터 20년 이상 함께 해 온 윤재순을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늘공' 출신 이정도를 기용했다. 이 전 비서관이 이 정부에서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을 담당하기 위해 신설한 '관리비서관'에 재기용한 것이 이채롭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라인' 핵심으로 꼽혀 온 김현지 국회보좌관을 총무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그런 관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김 비서관은 대장동 개발비리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얼굴조차 공개되지 않던 비선실세 2인 중 한 명이었다.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면서 언론에 노출된 김 비서관은 이전까지는 정 전 실장과 더불어 얼굴조차 단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그야말로 '비선 중의 비선'이었다. 나이와 고향은 물론 출신 대학과 가족관계가 철저하게 감춰졌다. 김 비서관이 이 대통령 측근으로 공식 등장한 것은 2018년 '경기도지사 정무비서관'으로 등록하면서부터였다.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하자 수석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겨 검찰의 소환통보에 "의원님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존재를 알렸다.

김 비서관은 DJ시절 박금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무비서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5년 내내 총무비서관 자리를 지킨 박 전 비서관의 행보를 김 비서관이 따를 것 같다. 며칠 전 공직자재산공개를 통해 대장동 아파트와 배우자의 아파트 등 11억 상당의 김 비서관의 재산내역이 공개됐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1급 공직자인 그녀가 어떤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이력을 가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국회 국정감사엔 민정수석을 제외한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이 모두 출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대통령실의 재정과 인사를 전담하는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총무비서관은 야당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이재만과 윤석열 대통령실 윤재순 전 비서관 등도 국회에 나가서 대통령실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호된 추궁에 혼쭐이 났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의 증인 채택과 출석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김현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본인이 대외 노출을 꺼린다는 이유로 김 비서관을 증인 채택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그림자실세'라는 세간의 의혹이 있다면 국정감사에 나와 투명하게 검증·견제를 받고 '만사현통'이라는 구설수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공법이다.

공개하지 않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까지 공개한 바 있는 이 정부가 김현지 비서관 1인만 '철통같이' 보호하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뜻인가 아니면 김 비서관 스스로 출석을 거부하기 때문인지 밝혀져야 한다. 국회 출석은 고사하고 스스로 나이 등 신원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할 정도로 불투명한 인사가 대통령실의 중책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이 "절대 (국회에) 불러서는 안되는 존엄한 존재"라는 지적을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김 비서관은 국회에 나와야 한다. '김현지가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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