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쓸데없는 것 드시지 말고 이것부터 챙겨 드세요!" 자칭(自稱) 전문의가 전하는 간절한 조언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AI 생성 전문가 활용 부당(不當)광고' 적발 사례를 보면, 단 16개 업체가 AI 전문가를 내세워 무려 84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가짜 권위'를 내세워 여러 질병의 완치와 회복을 약속했다. 옛날 허위 광고가 과장된 문구와 화려한 포장지로 소비자를 유혹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복제 인격'이 신뢰의 근간을 뒤흔든다. 흰 가운을 입은 AI 의사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는 합리적 판단을 무디게 만든다. 보고 듣는 것은 사실이라 믿었던 인지적 본능이 '가공된 진실'에 의해 농락당하는 셈이다.
가짜 전문가와 허위 치료법은 AI 이전부터 존재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방울뱀 왕'을 자처한 인물이 관절염 특효약이라며 '뱀 기름'을 팔았다. 조사 결과, 병 안에는 뱀 기름이 한 방울도 없었다. '사이비 약장수, 돌팔이 의사, 사기꾼'을 뜻하는 '뱀 기름 판매원(snake oil salesman)'의 유래(由來)가 된 사건이다. 1920년대 당시 첨단 과학의 상징이던 방사능은 심장병, 백혈병까지 고치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했다. 라듐을 섞은 음료 '라디토르'를 3년간 1천400병 넘게 마신 한 자산가는 방사선 괴사로 턱뼈가 무너진 채 숨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턱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냉소적 표현을 썼다.
치명적 결과를 낳은 과학에 대한 맹신은 AI 딥페이크로 대체되고 있다. 뱀 기름과 라듐의 역할을 알고리즘과 생성형 AI가 대신한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가짜 권위의 작동 방식은 한 세기 넘게 변하지 않았다. AI를 활용한 사기성 광고는 대중을 현혹하고, 진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딥페이크 의료 광고를 '잠재적 건강 위해(危害) 요인'으로 분류했다. 미국 오리건주 등은 AI 가상 인물이 의료 면허를 연상시키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제한한다. 정부 단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화면 속 인물이 건네는 정보의 출처를 의심하고, 교차 검증을 일상화해야 한다. 가공된 진실의 유혹으로부터 안간힘을 쓰고 깨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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