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 차림의 노년 여성부터 어머니와 손을 잡고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모녀 관객까지. 22일 오후 7시(현지시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일본 투어의 무대가 열린 후쿠오카의 아크로스 심포니홀은 평일인 월요일임에도 1층 관객석이 거의 가득 찼다.
대구콘서트하우스와 대구시향이 함께하는 '2025 월드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인 재팬'이 후쿠오카에서 첫 공연을 마치며 도시 순회공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처음 해외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24일(수) 히로시마, 25일(목) 오사카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투어의 시작이자 후쿠오카 공연에서는 대구시향과 일본 피아니스트 카네코 미유지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으로 문을 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적인 선율과 춤곡풍의 주제가 지나고, 피아노와 합주가 어우러지며 장엄한 마무리를 짓자 객석에서는 "브라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앞서 19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프리뷰 공연에서도 이들의 협연은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카네코 미유지는 "라흐마니노프 곡은 선율이 많아 기술적으로 콩쿠르에서 하듯 연주하기보단 정열과 서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연주했다"라며 "특히 대구 공연은 한국에서의 첫 연주기도 했는데 대구시향의 무대 위에서의 집중력과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백진현 지휘자, 오케스트라, 관객이 하나 돼 클래식 음악을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져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남은 협연 무대에 대해서도 "대구시향의 에너지에 일본·헝가리 혼혈인 내 정체성까지 더해 국적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인터미션 후 2부에서는 대구시향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하며 관객과 더욱 가까워졌다. 연주 시간만 약 1시간에 달하는 대작이지만, 객석과 가까운 홀 특성과 맞물려 오케스트라의 세밀한 호흡이 생생히 전달됐다. 마지막 악장이 끝나고 객석의 박수가 이어진 후 대구시향은 앵콜곡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선보였다.
치바에서 이곳을 찾은 마츠바라 스스무 씨는 "후쿠오카에 일이 있어 왔다가 공연 소식을 듣고 보게 됐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평소 가장 좋아하는데 장엄하면서도 섬세하게 느껴지는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일본 투어는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오사카 더 심포니홀이 체결한 클래식 전용극장 간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성사됐다.
키타 히로요시 오사카 더 심포니홀 극장장은 이번 교류에 대해 "라흐마니노프 곡은 일본에서 무수히 연주되며 사랑받았지만 러시아 작곡가라는 이유로 최근 일본에서는 연주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어 안타까웠다"라며 "러시아 작곡가의 곡을 대구의 지휘자와 연주자들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다채로운 공연이 이곳 일본에서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의 문화적 수준에 대한 감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간 대구에는 클래식 공연장,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예술 관련 소재가 집결돼있어 좋은 예술을 접하는 생활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라며 "음악에 대해 열정적이고 진심으로 임하는 대구시향 단원들에게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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