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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꾸는 시] 주혜린 '고고(考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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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출생…2020년 '대구문학' 등단

주혜린 시인
주혜린 시인 '고고(考古)' 관련 사진.

〈고고(考古)〉

- 시 이전의 시

쳐다보는 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오래된 눈 없는 눈빛 허공으로 지나갔다

빛은 아직 사고 되지 않았고

미리 울리다 미리 꺾였다

생각도 도착하지 않은 어딘가에서 손잡이 없는 문을 연다

없음은 없음으로 열리고 열린다

열리나?

그때 고고가 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는 눈으로

(정확히 아무것도 보지 않는 눈으로)

고—고— 입술에 닿기도 전에 터지는 소리

어떤 언어도 못 끌어내린 자리

그는 사라지지 않았어 단지 발명되지 않았을 뿐

고고를 쓴다

글자는 빠르게 기울고 먹은 잉크를 삼키지 않는다

'고'하나 적고 '고'를 또 적으려다 멈춘다

반복은 도착이 아니라 실패의 기념

고고는 어쩌면 잃어버린 말의 과거진행형

끝은 없음 이것은 파편이다

(시는 본래 하나였으나, 본래는 없었고, 그래서 지금은 고고하다)

주혜린 시인
주혜린 시인

<시작 노트>

언어 이전의 시, 시는 발명되기 전에도 있었다. 시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항상 도달 중인 상태, 실패를 거듭하는 시도, 기록되지 못한 파편들로 존재한다. 언어의 불가능성, 아직 완전히 존재한 적 없어서 그래서 더욱 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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