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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과 무너지는 중]'출산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 부족…불가항력 사고에도 소송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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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출산 과정 중 사망하는 산모는 지난 2023년 24명으로 집계됐다. 40년 전인 1983년 184명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출산 과정 중 사망하는 산모의 비율은 인구 10만명 당 8~11명 수준으로 계속 발생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다.

의료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산모의 사망을 막을 수 없는 이유는 인체 구조 자체가 출산에 위험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골반이 작아졌고, 지능이 발달하면서 머리가 커지는 형태로 진화했다. 산모가 아기를 낳기 위해서는 결국 골반이 벌어져야 하고, 머리가 나오는 과정에서 머리가 클 경우에는 골반이 아무리 벌어져도 아기가 자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힘들고 오래 걸린다. 당연히 고통은 수반되며, 자궁이 파열되는 등 위험한 상황도 발생한다.

또 분만 과정 혹은 분만 직후 양수가 산모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 갑자기 호흡곤란이나 저혈압, 경련을 일으키는 '양수색전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치료와 예방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산모들의 나이가 예전에 비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출산의 위험도 상승에 한 몫을 한다. 1993년 우리나라의 초산 연령은 평균 26.23세였으나 2021년 32.6세로 증가했다. 대부분 병원에서는 만 35세가 넘으면 노산으로 보고 있다.

산모 연령의 증가로 인해 산모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챙겨야 하는 건강 요소 또한 늘어난다. 권명 효성병원 산과 과장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혈류는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심장에도 많은 부담이 간다"며 "심장의 활동도 나이가 들면 젊은 10, 20대처럼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산모의 나이가 많은 경우 분만 과정에서 출혈이 많으면 회복이 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분만을 담당해야 하는 산과 의사는 늘 '산모의 사망'이라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인간의 출산 과정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산모와 그 가족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과 의사들이 산모와 가족들을 상담하면서 출산 과정의 위험성을 설명함에도 관련 정보 부족과 고위험 임신의 정의 및 위험요소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잘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혜민 칠곡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산은 당연히 안전해야 한다' 혹은 '애 낳는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 믿음을 갖고 있고, 분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망, 장애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기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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