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쇼! 신라>가 9월 26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막을 올렸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이번 작품은 네 번째 시즌을 맞아 연출과 무대, 조명 전반을 새롭게 다듬었다.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이번 공연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경주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무대는 현대의 스트리트 댄서 '처영'이 신라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오프닝 넘버 'The Show'의 강렬한 리듬과 칼군무는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어 첨성대, 금관, 왕궁 등 신라의 상징물이 LED 영상으로 구현되며 시공간이 전환되는 순간, 객석은 자연스레 천년 전의 신라로 이끌린다.
이 공연의 흥미로운 지점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문장을 낡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전통 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부채춤과 브레이크댄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고전과 트렌드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신라의 미학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그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한 무대다.

극 중 '밀본', '승만공주', '김춘추', '솔거' 등은 모두 신라의 실존 인물들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역사적 고증의 인물이기보다는 상징적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주인공 처영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자아이자, 시대를 넘어선 질문의 화신처럼 등장한다. 덕분에 이 공연은 역사극이라기보다, 전통을 빌려 현재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판타지 드라마에 가깝다.
무대 연출 또한 세밀하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와 용광로의 열기가 어우러지는 '대장장이들의 바람' 장면은 현장감이 탁월하고, 'The Show 2'의 춤 장면은 부채춤과 힙합 댄스를 섞어 우아함과 속도감을 동시에 잡았다. 과시보다는 조화, 전통의 재현보다는 재구성을 택한 선택이 돋보인다.
이번 시즌에는 배우 옥진욱이 새롭게 주인공 '처영'을 맡았다. 그는 현대적 감각의 움직임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풀어내며, 기존 시리즈를 이끌어온 세용, 남경주, 오만석, 린지, 박소현 등 베테랑 배우들과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젊은 에너지와 노련한 내공이 어우러지며, 공연 전체의 균형감을 만들어낸다.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예매처 NOL 티켓 기준 평점은 10점 만점.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공연", "매년 발전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공연 콘텐츠가 단발성 축제 무대를 넘어 하나의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쇼! 신라'는 오는 10월 12일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7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공연된다. 예매는 NOL 티켓(구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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