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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74일 만에 유족 품으로···화장한 현지 사원엔 "한국인 시신 3구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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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를 인도 받은 박씨 부친과 형 눈물
캄보디아 사찰 냉동실에 한국인 시신 3구… "사인은 심장마비"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왼쪽 두 번째)이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후 살해된 20대 대학생 박모(22)씨의 유해를 인수받고 있다. 연합뉴스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왼쪽 두 번째)이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후 살해된 20대 대학생 박모(22)씨의 유해를 인수받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돼 중국인 범죄단체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고문을 당해 숨진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22) 씨의 유해가 21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8월 8일 시신이 발견된 지 74일 만이다. 최근 박씨 시신을 화장한 현지 불교 사원에선 한국인 시신 3구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먼 곳에서 얼마나 외로웠니"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이날 낮 12시45분쯤 경북경찰청에서 박씨 유골함을 가족에게 전달했다. 박씨 유해는 전날) 오전 10시 30분쯤(현지시간) 캄보디아 턱틀라 사원에서 한국 경찰과 캄보디아 경찰 등이 입회한 가운데 합동 부검을 실시한 뒤 화장됐다.

부검에선 장기 적출 등의 훼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내에서 조직 검사, 약독물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유해를 인도 받은 박씨 부친과 형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족들은 별도로 빈소를 차리지는 않고 천도제를 봉행한 뒤, 선산에 박씨를 매장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씨 유골이 송환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이날 오전 예천군 용문면에서 만난 주민 이모(64)씨는 "뉴스에 (박씨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젊은 청년이 그 먼 곳에서 얼마나 외로웠겠나"라며 "가족들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짐작도 안된다"고 했다. 유해 송환이 늦어진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박씨 부친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걱정한 이웃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웃 박모씨는 "가족들이 슬픔과 죄책감에 한 달 넘게 밤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들었다. 장례를 하지 않아, 멀리서나마 박씨를 위로하고 또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돼 피살당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의 부검이 안치된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 공공 화장시설 굴뚝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돼 피살당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의 부검이 안치된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 공공 화장시설 굴뚝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인 시신 3구 더 있어"

박씨 시신이 안치돼 있었던 턱틀라 사원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 일대에선 화장 시설을 갖춘 몇 안 되는 곳이다. 현지에서 외국인이 사망하면 대부분 이곳에서 장례를 치른다. 캄보디아인들은 가족이 사망하면 전문 업체를 불러 주로 집에서 화장한다.

턱틀라 사원 내 시신 안치실에는 이날 송환된 박씨 시신 외에도 한국인 시신 3구가 더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날(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한국인 남성을 제외한 수치다. 보관 중인 한국인 시신 3구는 모두 남성으로, 사인은 '심장마비'다. 이들 시신의 정확한 보관 시점 등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범죄 연루 정황 등도 확인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캄보디아에선 돈을 주고 사인(死因)을 심장마비로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씨도 사망 당시 검안서에는 '폭행에 의한 심장마비'로 사인이 기록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박씨를 캄보디아 현지로 보낸 대포통장 모집책 A(20대·구속) 씨와 알선책 홍모(20대·구속) 씨를 상대로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경위와 추가 가담자 등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출국 이후 박씨 명의 통장에서 범죄수익 약 5천만원 정도가 인출됐다.

경찰은 A씨와 홍씨 등이 이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확인해 자금 세탁과 현금 인출 등에 가담한 관련자를 쫓고 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홍씨 등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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