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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체계 누더기 만드는 입법부, 뿌리째 흔들리는 사법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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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違憲)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는 입법부의 무차별 공세로 사법부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속도전에다 '4심제' 논란의 재판소원, 특별재판부, 법관 파면제 도입 검토까지 사법부가 헌정사상 최대 위기에 처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대한 '아님 말고 식' 비밀 회동 의혹, 초유의 청문회 출석 요구, 대법원 법대(法臺) 유린도 모자라 위헌 논란의 재판소원까지 꺼내 들고 사법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은 국민 일상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제대로 된 공론화나 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타협과 평가, 실행의 피드백 없이 단기간에 대법관을 대폭 늘리는 것은 사법부 독립성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헌법과 국민을 대하는 입법부의 태도도 심히 우려된다. 헌법에 '사법권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에 귀속된다'고 명시돼 위헌 논란이 있음에도 '위헌이 아니다'고 단정한 채 재판소원을 당론(黨論)으로 추진할 태세다. 대법원 확정 판결 사건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수 있게 되면 또다시 재판을 해야 해 각종 혼란이 불가피함에도 국민의 뜻에는 관심도 없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릴 때까지 재판 효력이 정지되는 데다 최종 판결까지 재판 시간이 더 길어지고 비용도 더 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내란 특별재판부도 독립성 훼손과 함께 위헌 논란이 거세다. 여기에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가 진행 중인 헌법 개정안에 법관 파면제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가 나온다.

전날 열린 지역 법원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한 의원은 참석 법원장들에게 "국회의원이 재판에 관여하지 않듯 입법권에 대해 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는 게 정확히 입법부의 재판 관여이고 심각한 사법권 침해(侵害)라는 걸 정말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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