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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김진만] 신라금관의 진정한 귀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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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금관 104년 만에 처음 모인 계기로 출토된 경주 본향에 있어야" 청원운동 확산
문화유산 어떻게 공존·지속 가능한 관리 할 것인지 담론으로 확장돼야

김진만 동부지역취재본부장
김진만 동부지역취재본부장

경북 경주에서는 국립경주박물관이 마련한 신라 금관 특별전을 계기로 '신라 금관 6점은 출토된 본래의 땅 경주에 있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신라 금관 특별전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금관총에서 신라 금관이 첫 발굴된 이후 104년 만에 금관 6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전시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전시가 내년 2월 22일 끝나면 금령총과 황남대총에서 나온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문화유산은 본래 출토된 곳에 있을 때 가장 가치 있고 빛을 발하기 때문에 신라 금관 6점 모두 경주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청원 운동의 취지다. 신라 금관 경주존치 범국민운동연합이 지난달 말 출범해 이 청원 운동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 단체는 지역에서 문화유산을 지킨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경주에서 금관총 금관 발굴 후 조선총독부가 금관을 서울로 옮기려 하자 경주면민들이 반발해 직접 모금 운동을 펼쳐 금관을 보관할 금관고를 짓고 경주에서 소장했던 사례,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110년 만에 오대산의 본래 자리로 돌아온 사례 등이다.

따라서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은 꼭 경주에 존치되어야 하고 이는 국격을 높이는 일이요, 역사를 되찾는 일이라며 청원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 청원 운동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문화유산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온전히 보존하고, 문화분권과 문화특화를 이루자는 정당한 요구이자, 유물이 태어난 장소, 제작·사용된 공간과 함께 전시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역사로 기능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시민들의 요구는 지역이 충분한 보존 역량과 시민적 공감대를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많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신라 금관 경주 존치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설득시켜야 한다. 공론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왜 경주에 신라 금관 6점 모두가 있어야 하는지, 국내외 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엇이 공익적인지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문화유산은 특정 지역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자산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법과 제도의 문제도 있다. 신라 금관은 국가 문화유산으로, 소장처 변경은 국가유산청과 박물관계의 엄격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단순한 여론이나 지역 요구만으로 결정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논의를 단순한 산라 금관의 소장처를 '경주냐 서울이냐'의 이분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어떻게 공존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더 큰 담론으로 확장돼야 한다.

금관 상설전시관을 경주에 건립해 출토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린다거나, 현재의 분산 소장 체제에서도 몇 년 주기로 정기적인 특별전이나 순회 전시 등을 통해 많은 국민이 금관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귀향을 통해 보존과 교육, 접근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결국 금관 귀향 논의의 본질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다. 문화유산은 박물관의 전시품이기 이전에, 한 시대와 지역,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기록이다. 금관이 어디에 있든 그 빛이 국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귀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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