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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국외출장비 허위청구 무더기 적발…정부 개선안에 규칙 개정됐지만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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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비 허위청구 등 혐의로 22명 송치…구의원도 연루
규칙은 바꿨지만 주민은 몰랐다…의견 수렴 제도 유명무실

대구경찰청 본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경찰청 본관 전경. 매일신문DB

경찰이 '국외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현직 구의원과 기초의회 직원, 여행사 관계자를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했다.

잇단 국외출장 논란에 대구 9개구군은 최근까지 출장계획서 공개와 주민의견 수렴을 골자로 한 규칙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접수된 주민 의견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의회가 별도 규칙을 만들고도 주민 홍보를 외면하면서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국외출장비 허위청구로 구의원 등 22명 송치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국외출장비를 부풀려 집행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대구지역 기초의회 소속 A의원과 공무원 13명, 여행사 관계자 8명 등 2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무 국외 출장 과정에서 항공운임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출장비를 허위·과다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인한 재산상 손해액은 의회별로 146만 원에서 최대 1천270만 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일본 국외출장 왕복 항공료 부풀리기로 논란이 됐던 동구의회의 경우 총 2건의 국외출장 건에서 문제가 적발돼 1천157만원 가량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며 대구시와 동·서·북·달서구 및 군위군 등 6개 지방의회를 압수수색했다. 이중 의회 공무원이 사건에 연루된 곳은 동구·서구·달서구·군위군 등 총 4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와 북구의회의 경우 여행사 단독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 통지서는 지난달 29일~30일에 걸쳐 당사자에게 전달했다"며 "송치된 일부 피의자는 여전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자세한 수사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출장심사 강화 규칙 개정하고도 홍보 부실…주민 의견 '0건'

대구 기초의회 국외출장의 여행비 부풀리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의회가 정부 방침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을 담은 별도 규칙을 제정했지만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은 채 방치돼서다.

행안부는 올해 1월 13일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안)'을 개정하고 이를 전국 지방의회에 권고했다. 개정된 표준안에는 지방의회의 외유성 국외출장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외출장의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대구 9개 구군 기초의회도 올해 순차적으로 규칙 개정에 착수했다. 기존에는 홈페이지에 3일 이내 게시하던 출장계획서를 출국 45일 전 공개토록 하고, 이에 대해 주민 의견을 10일 이상 수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바뀐 규칙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국외출장 관련 규칙을 개정한 이후 국외출장을 추진한 대구 기초의회는 수성구·북구·달서구 의회 3곳으로 이중 국외출장 전 계획서에 대해 주민 의견이 접수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의회가 바뀐 규칙에 대한 홍보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구의회 3곳 모두 의회 홈페이지에 규칙 개정 사실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별도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다. 홈페이지나 유선을 통해 주민제보를 접수하고 구청이 지정한 게시대에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하는 행정사무감사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국외출장 주민 의견을 받는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나. 형식적으로만 진행하지 말고 행정사무감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주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며 "의회 차원에서도 바뀐 규칙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황도 확인됐다. 달서구의회의 경우 여행사 대행 예약을 자제하라는 행안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오는 9일로 예정된 대만 국외 출장 일정을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사 대행 계약은 앞서 동구의회가 일본 국외출장을 계획하며 출장비 부풀리기 정황으로 논란이 된 방식이다.

이에 대해 달서구의회 관계자는 "기관 방문 예약의 경우 여행사를 통해서해야만 용이한 경우가 있어 부득이하게 진행했다"며 "국외출장과 관련한 주민 의견의 경우 홍보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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