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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 "트럼프는 독재자" vs 트럼프 "맘다니는 "공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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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선전포고
맘다니 당선 훼방 놓던 월가 긴장
저소득·유색인종 맘다니 핵심 지지층

5일(현지시간) 뉴욕시 퀸즈의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공원 내에 있는 유니스피어(Unisphere) 앞에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당선인이 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뉴욕시 퀸즈의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공원 내에 있는 유니스피어(Unisphere) 앞에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당선인이 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34)의 일성은 매서웠다. 자신의 당선을 막으려 색깔론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맘다니를 향해 '공산주의자'라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상대 후보 지원에 바빴던 월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향후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맘다니-트럼프, 말싸움에 그칠까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이 뉴욕시장 당선 확정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했던 승리 연설 일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맘다니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라며 "독재자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그가 권력을 쌓을 수 있게 해준 조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 있는 도발이었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 칭하며 색깔론을 펼치는가 하면 뉴욕시장에 당선된다 해도 연방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선거 개입도 서슴지 않았던 터다.

유세 기간 이민 정책을 화두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에 정면으로 맞선 맘다니의 돌직구는 이어졌다. 그는 "뉴욕은 앞으로도 이민자의 도시로 남을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세우고 움직여왔으며 오늘 밤부터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맘다니 당선 확정 이후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래서 이제 시작이다!"(…AND SO IT BEGINS!)라고 올렸다. AP통신은 이를 맘다니의 도전장에 응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쥐고 있으며 공격적인 정치를 즐기는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붙는 능력을 시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선거 다음 날 아침인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가판에 나온
선거 다음 날 아침인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가판에 나온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와 '데일리뉴스(Daily News)'가 1면 전체를 할애해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의 승리를 보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당선 직후 자세 고쳐 잡는 월가

월가 부유층 등 주요 인사들이 맘다니에 반감을 가진 이유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그의 종교다. 시아파 무슬림인 맘다니의 친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실눈으로 봐온 터였다. 또 월가 자본의 큰손인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마저 감지했기에 맘다니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여기에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무상버스·무상보육 확대 공약 실현에 부유층 증세를 수반한다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월가가 조직적으로 나선 것은 당연해 보였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등 월가의 부유층들은 정치자금 모금단체까지 만들어 쿠오모 후보 띄우기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 자산관리회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헤지펀드 '시타델' 등은 직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맘다니를 받아들이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때 맘다니를 '마르크스주의자'라 했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맘다니를 돕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랠프 슐로스타인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맘다니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최고경영자도 "당선된 시장과 협력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5일(현지시간) 뉴욕시 퀸즈의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공원에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당선인이 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뉴욕시 퀸즈의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공원에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당선인이 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맘다니의 핵심 지지층, 서민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의 미국 뉴욕시장 당선은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덕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의 인구통계 자료와 선거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게재했다. 관련 기사들은 맘다니가 특정 유권자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걸 보여줬다.

맘다니 당선의 일등공신은 저소득층 우대 공약이었고 이는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가를 보유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맘다니에게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보다 24% 포인트 더 많은 득표율을 안겼다. 연소득에 따른 유의미한 득표율 격차도 나왔다. 맘다니는 연소득 5만 달러(약 7천200만원) 이하 지역에서 쿠오모를 9% 포인트 이상 앞섰다.

유색인종들의 압도적 지지도 맘다니 당선에 기여했다. 맘다니는 흑인 다수 지역에서 약 30% 포인트, 히스패닉 다수 지역에서 20% 포인트 이상 쿠오모를 앞섰다. 반면 쿠오모 후보는 백인 다수 지역에서 9% 포인트 가량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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