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홍보를 맡을 때 가장 두려운 건 사실 '무관심'이 아니다. 악플이다.
"내 세금이 저딴 조형물에 쓰이다니..."
"저 예산이면 차라리 도로를 하나 더 고치지."
기획 회의를 수십 번 하고, 밤샘으로 시안을 갈아엎고, 현장 설치 날까지 마음을 졸였는데 결과가 저 한 줄이면 힘이 쭉 빠진다.
'광고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아니라, '그래도 이 돈이 누군가의 세금인데'라는 마음 때문에 더 아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을 설득하는 광고보다, 사람을 돕는 광고를 만들자고.
"이 캠페인이 누구를 돕고 있지?"
"이 조형물이 없던 어제와, 있던 오늘 사이에
무엇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회의 때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이 바뀌니까 광고의 생김새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 골목에 경찰의 존재만 눈에 띄어도 범죄율이 낮아진다고 한다. 또, 어두운 밤에 가로등 같은 불빛 하나만 있어도 범죄율이 낮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 둘을 섞어보기로 했다.
빛을 든 경찰.
그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로 꺼내 조형물로 만든 것이다.
단순히 '경찰의 상징'이 아니라, 밤길을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여기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은근한 안심을 주고 싶었다.
그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제주도 이도동이었다.
설치를 마치고 난 뒤 제일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이번에도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지?"였다.
'범죄 예방이나 잘 관리하지' 이런 식의 댓글이 또 달리면 함께 고생한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것 같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이 광고는 악플에 시달리지 않았다.
대신, '밝은 제주 만들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더 기뻤던 건, '세금 낭비'라는 말이 아니라 '동네가 조금 밝아졌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을 돕는 광고는 방어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 광고가 이미 누군가의 일상에 빛 한 줄기라도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원래 '무언가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만, 가끔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더 옳다.
그래서 요즘엔 카피 한 줄을 쓸 때도, 이미지 하나를 고를 때도, 제일 먼저 이렇게 묻는다.
"이 문장, 이 장면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덜 무섭게, 덜 외롭게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 광고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클릭 수나 조회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 편'에 서 있는 광고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광고를 싫어한다. 그러나 사람을 돕는 광고 앞에서는 비난 대신, 조용한 고개 끄덕임과 가끔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광고가 욕을 덜 먹는 방법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광고를 '잘' 만드는 것보다, 먼저 사람을 돕는 광고를 만드는 것.
결국, 사람을 돕는 광고는 미움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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