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의 완전 판매는 판매 시점이 아닌 설계 단계부터 시작된다. '내 가족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엄격히 자기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키움증권 임직원들을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1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며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한 키움증권이 본격적인 발행어음 업무를 앞둔 시점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라는 숙제를 던진 셈이다.
이찬진 원장의 방문은 단순한 격려 차원을 넘어섰다. 그는 키움증권이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대형 증권사로 성장한 역사를 언급하며,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선 실질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수치상의 투자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을 실제로 성장시키는 현장 중심의 모험자본 공급"이라며 "자본시장의 자금이 벤처·혁신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속도와 실효성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금융투자업계가 외형 불리기식 투자가 아닌, 혁신 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특성상, 이번 현장 점검의 또 다른 핵심 축은 'IT 안정성'이었다. 발행어음과 같은 수신성 성격의 상품을 비대면으로 대량 취급할 경우, 전산 장애나 보안 사고는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
이 원장은 "내부 전산사고나 외부 사이버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장애 예방과 보안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키움증권 측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300억원을 시작으로 2026년 450억원, 2027년 500억원 등 향후 3년간 총 1천250억원을 IT 설비 및 보안 역량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또 이 원장은 키움증권의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발행어음 가입 절차를 직접 참관하며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점검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으로, 초대형 IB의 핵심 수익원이지만 그만큼 유동성 관리 책임이 따르는 상품이다.
금감원은 향후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강화하는 한편, 유동성 위기 발생 시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새로운 수신성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상시 리스크 관리 체계와 충분한 자본 완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현황을 지속 점검하고, 부동산 리스크 관리 강화 및 벤처기업과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 등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됐다. 단기금융업 인가도 받았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추고 종투사로 지정된 곳을 통상 초대형 IB로 부른다.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중에서도 별도의 인가를 받은 곳만 가능한 핵심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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