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어요."
청년창업농 윤지미(41·여) 씨는 올해 초, 10년 넘게 다니던 대전의 중소기업을 과감히 그만두고 고향인 경북 상주 청리면으로 내려왔다.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인 '건강하고 맛있는 전통 장(醬)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그의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것.
귀농 전 윤 씨는 논산의 한 장류 생산업체에서 일하며 메주 띄우기부터 염도 조절, 발효 관리까지 장의 기본기를 차근차근 익혔다.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경험은 장의 세계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장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맛"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40년째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가온 친정어머니의 곁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완성된 깊고 건강한 장맛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본격적인 귀농을 선언한 윤 씨는 4천958㎡(1천500평) 규모로 콩 농사를 시작했다.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 장이라야 진짜 제 손맛이 난다"고 생각한 그는 10년 전 먼저 귀농한 남동생 윤문욱(38) 씨의 도움을 받아 농기계 운전과 수확 관리까지 농삿일을 배우며 농촌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청년창업농으로도 선정돼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마련했다.
윤 씨의 목표는 단순한 장 생산을 넘어,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5년 장기 플랜'으로 전통의 깊은 맛은 지키되, 현대적 입맛과 감각을 더한 브랜드 기획을 구상 중이다.
윤 씨의 생각이 구체적인 비전을 얻은 계기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과의 만남이었다. 지난 8월, 윤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개발원의 '농식품 FTA시대, 미래여성농업인 육성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처음엔 농업 정책을 배우기 위해 등록했지만, 교육은 농업을 '경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일깨웠다. FTA 관련 농업정책부터 수출, 경영, 마케팅 등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그는 '농업인'에서 '창업가'로 시야를 넓혔다.
그러면서 먼저 시작한 첫 도전도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그는 이미 '콩아콩투'라는 이름의 미숫가루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비자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자녀의 태명에서 따온 이름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과 정직한 농사에 대한 다짐이 담겨 있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미숫가루는 고소하고 순한 맛으로 입소문을 타며 여러 직거래장터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윤 씨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교육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단순히 장을 담그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와 연결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농업경영인'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발원 교육은 또 다른 기회를 열었다. 윤 씨는 강의를 통해 알게 된 '2025년 제17회 경북여성창업경진대회'에 도전한 것. 그 결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예비창업자 부문 대상까지 수상했다.
상주 청리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윤지미 씨의 여정은 이제 막 첫 장을 열었다. 그가 빚어낼 된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한 여성농업인의 도전과 배움, 그리고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지원이 빚어낸 '성장'의 맛이다.
윤 씨는 "농촌에서도 배움과 기술이 결합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창업이 가능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며 "제가 받은 도움을 지역 여성농업인들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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