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이 해킹으로 탈취한 암호화폐를 '어둠의 은행가'를 통해 현금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범위한 불법 행위로 획득한 자산을 서방 감시를 피해 현금 또는 물품으로 바꾸는 범행이 이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법무부의 기소 자료를 토대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자금 세탁·제재 회피 등 혐의로 쫓고 있는 심현섭의 범행을 보도했다.
지난 7월 현상금이 5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약 100억 원)로 오른 심현섭은 1983년 평양 출생으로 추정되며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조선무역은행 소속이다. 그는 주로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활동하는데, 해외에서는 위장 신분으로 광선은행 대표 직함과 '심 알리' '심 하짐'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들과 해커들은 러시아와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들은 벌어들인 돈이나 암호화폐를 디지털 지갑을 여러 차례 거쳐 심현섭에게 보낸다. 심현섭은 다시 UAE·중국 브로커에게 암호화폐를 건네 달러로 바꾼다. 브로커들은 이 돈을 심현섭이 홍콩 등에 설립한 위장회사 계좌로 송금한다. 금융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하려는 술책이다.
심현섭은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김정은 정권을 위한 물품을 구입했다. 지난 2019년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헬기를 구입해 북한으로 배송했다. 시티·JP모건·웰스파고 등 미국 은행들도 정상적인 금융거래로 위장한 이 심현섭의 수법에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WSJ은 심현섭이 310건, 7천400만 달러(약 1천96억 원)에 달하는 금융거래를 이들 은행을 통해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절도를 추적하는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심현섭과 같은 북한 은행가들이 몇 년에 걸쳐 탈취한 암호화폐 60억 달러(약 8조9천억 원) 이상을 북한을 위해 세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WSJ에 "심현섭은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했으며 추진력 있는 행동가였다"며 "그는 아랍권에서 자금 세탁과 관련된 모든 일에 가장 유용한 인물이었다"고 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따르면 심현섭 외에도 해외에서 자금 세탁을 하는 북한 출신 어둠의 은행가는 지난해 기준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현섭은 유엔(2016년)과 미국(2023년)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그는 2022년 UAE에서 추방돼 중국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2023년 3월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법이 심현섭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를 체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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