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열하루째 상승세를 이어온 원·달러 환율(換率)은 14일 장 중 한때 1,479.2원까지 치솟으며 1,480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연말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과 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부분을 고스란히 되돌린 것이다. 당국의 인위적 개입은 오히려 개미 투자자들에게 달러 매수 기회로 인식되면서 달러 수요(需要)만 부추겼다. 이대로라면 1,500원 선을 위협할 기세(氣勢)다.
세계 무역 시장에서의 원화 가치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지난 12일 국제결제은행(BIS)은 주요 교역 상대국 64개국 중 원화 가치가 '끝에서 5등'이라고 밝혔다. 특정국의 통화(通貨) 가치를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산출한 '명목 실효(實效) 환율'(NEER)이 우리나라는 86.56으로, 아르헨티나(4.89)와 튀르키예(16.27), 일본(70.14), 인도(86.01)에 이어 꼴찌권이다. 구매력까지 반영한 '실질 실효 환율'을 보면 상황이 더 나쁜데, 원화는 일본(69.4) 다음으로 낮아 64개국 중 63위를 차지했다.
이런 경악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고 나니 새삼 '대한민국 경제는 정말 괜찮은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과 원화에 대한 신뢰도 훼손됐다.
지금의 환율 불안은 일시적 수급(需給)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脆弱性)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수출은 특정 산업과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내수는 소비 위축과 부채 부담에 짓눌려 있다. 여기에다 성장 잠재력 둔화, 생산성 정체, 인구 구조 변화도 겹쳐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자본의 이탈(離脫)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고환율은 민생 차원에서도 더 이상 방치(放置)해선 안 될 일이다. 이에 정부는 단기적 미봉책(彌縫策)에 매달릴 일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경제 체질 개선'이라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대내외에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서비스 수출을 키우는 혁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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