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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창업가의 집무실엔 어떤 문구가 걸려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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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사의 철학
사사이 기요노리 지음/ 김정환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인 유니클로, 이온몰, 무인양품 로고(왼쪽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인 유니클로, 이온몰, 무인양품 로고(왼쪽부터).

플랫폼 경제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무인매장이 점차 늘어가며, AI가 고객 응대를 대신하는 시대다. 창업 5년 내 절반이 문을 닫고, 많은 사업자들은 당장의 매출과 트렌드에만 매달린다.

'장사의 철학'은 이러한 현실 속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장사의 본질을 되묻는 책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인물은 바로 일본 상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라모토 조지.

그는 유니클로, 무인양품, 이온몰 등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기업들이 스승으로 꼽는다.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는 "그의 말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며 이 책의 해설을 직접 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창업 전부터 '가게는 손님을 위해 존재하며, 직원과 함께 번창하고, 사장과 함께 망한다'는 구라모토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창업 후에는 집무실 벽에 문구를 걸어놓고 되새기기도 했다.

일본 기업가들이 80년 전 활동한 경영가의 말을 되새기는 이유는 뭘까.

단순해보이는 구라모토의 말에는 고객 중심과 직원 존중, 경영자 책임이라는 경영의 3대 원칙이 다 들어가있으며, 시대를 초월한 장사의 본질을 꿰뚫는다.

책에는 구라모토가 남긴 장사 10계명과 그에 대한 설명이 잘 정리돼있다. ▷손익보다 선악을 먼저 생각하라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좋은 것은 모방하라 ▷매일 손님에게 유리한 장사를 하라 ▷사랑과 진실을 바탕으로 적정 이윤을 확보하라 ▷적자는 사회를 위해서도 죄악이다 ▷서로 지혜와 힘을 합쳐 일하라 ▷가게의 발전은 사회의 행복이다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적 활동을 하라 ▷문화를 위해 합리적으로 경영하라 ▷올바르게 사는 상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라 등이 그것이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뿐 아니라 무인양품 창업자 가나이 마사아키, 이온몰 창업자 오카다 다쿠야 등은 이러한 장사 10계명을 경영 철학의 뿌리로 삼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공허한 이상론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임을 이 기업들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AI 등 각종 기술이 모든 산업을 재편하는 지금, 그의 철학은 더욱 빛을 발한다. 기술은 고객을 '데이터'로 환원하지만, 구라모토는 고객을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으로 봤다. 직원 역시 비용이 아닌 동료로, 부품이 아닌 인간으로 여겼다. 이는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현대 경영이 놓친 인간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손익보다 선악 우선' 원칙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도덕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이다. 선(善)을 추구하는 장사가 고객의 신뢰를 얻고, 신뢰는 반복 구매로 이어지며, 반복 구매는 영속적 이익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역시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장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며, 진정성 있는 관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시작된다는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이다.

책을 쓴 사사이 기요노리는 '장사의 미래 연구소' 대표이자 상업 경영 전문지 '상업계'의 편집장이다. 25년간 4천개 이상의 다양한 기업을 취재하며, 그들에게 공통되는 성장의 법칙을 체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구라모토의 가르침을 오늘의 비즈니스에 맞게 새롭게 읽어낸다.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전하고, 매출보다 신뢰를 쌓고, 경쟁보다 고객을 바라볼 때 비즈니스가 오래간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특히 추상적인 철학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 지침이기에 더욱 와닿는다. 매일 가게를 여는 순간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손님을 대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 직원과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지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오래 사랑받는 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기준이 되어줄 책이다. 272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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