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재정 구조와 사업 방식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공항 계획은 확정됐지만 군 공항 이전이 막히면서 사업 전체가 사실상 장기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TK신공항은 항공 물류와 산업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는 사업으로 반도체·첨단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와도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기부 대 양여의 함정…부동산 침체에 재원 구조 흔들려
12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TK신공항 사업은 군 공항 이전과 민간공항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는 약 14조1천억원 규모다. 군 공항 이전에 11조5천억원, 민간공항 건설에 2조6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민간공항은 국가 재정으로 추진되지만 군 공항 이전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구시가 기존 군 공항 부지를 국가에 기부하고 이전 부지를 넘겨받은 뒤 개발 수익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 비용 상승이 겹치면서 이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개발 수익을 전제로 한 재원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10조원 넘는 사업비를 한 번에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를 통한 재원 마련을 정부에 요청했다. 전체 사업비를 저리로 빌리고 이자 비용은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방안이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예산안에서 관련 융자와 금융비용 지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재정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김지만 대구시의원은 "군 공항 이전은 TK신공항의 전제 조건인데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 추진 기반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TK 의원 25명 있어도 '각개전투'…부울경과 대조
재정 구조 못지않게 정치적 추진력 부족도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예산 정국에서 TK 국회의원 25명은 끝내 공동 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구시는 공자기금 융자를 고수하고 경북도는 시중은행 장기대출을 거론하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국가사업 전환을 따로 주장하며 대응 방향이 세 갈래로 갈렸다. 협상 상대인 중앙정부와 국회를 향한 압박력이 스스로 분산된 셈이다.
이와 달리 부산·경남은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로 시장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결집해 가덕도신공항을 국가정책사업으로 확정했다. 이번에도 가덕도 신공항 연결철도가 예타를 통과하며 착실히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예산 협상은 명분과 전략, 정치력의 결합인데 TK는 세 가지 모두 부족했다"며 "지역 정치권이 단일 전략을 만들지 못한 것이 결국 예산 확보 실패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본계획 고시됐지만…군 공항 막히면 첫 삽도 못 뜬다
사업 구조 자체도 장애물이다. TK신공항은 군 공항 이전이 먼저 진행돼야 민간공항 건설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며 활주로 3천500m, 여객터미널 12만㎡ 규모로 여객 1천200만명 이상을 처리하는 중남부 거점공항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본계획상 활주로 3천500m 가운데 2천744m는 군 공항 건설사업으로 먼저 조성해야 한다. 군 공항 이전이 멈춰 있는 한 민간공항도 함께 발이 묶이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형 사업을 한 번에 추진하기보다 단계별로 나눠 금융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활주로와 격납고, 관제시설 등 공종별로 사업을 분할하면 민간 자본과 금융권 참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단계별 자금 조달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도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상부 개발 이익을 사업비로 활용하고 국가가 토지를 출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개발 가치를 금융 구조에 반영해 재정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방식이 단기간에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있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크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 조달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가 재정 참여 확대가 핵심 변수라고 본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TK신공항은 단순한 지방 공항 사업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연결된 인프라 사업"이라며 "국비 참여를 확대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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