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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러지도, 저러지도…" 기약없는 신공항에 예정지 주민들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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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으로 부서지는 사과나무…"수종 갱신 엄두도 못내"
말라버린 식수에 마을 진입로는 비좁은 농로
주민들 "민항 부문 편성된 예산이라도 집행해달라"…국토부·대구시 '난색'

지난 2일 오후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예정지인 대구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 김기수(60) 씨가 수령이 다해 말라죽은 사과나무를 돌보고 있다. 장성현 기자
지난 2일 오후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예정지인 대구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 김기수(60) 씨가 수령이 다해 말라죽은 사과나무를 돌보고 있다. 장성현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선거 출마가 교착 상태에 빠진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이하 신공항) 건설 사업의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공항 사업 예정지 주민들의 시름은 기약 없이 깊어지고 있다.

신공항 이전 확정 후 6년째 접어들면서 신규 투자가 막힌 마을 기반 시설은 노후화되고, 영농 등 생업을 이어갈 동력도 잃어가고 있어서다.

주민들은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민간공항 예정지 보상·설계비라도 빠르게 집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정부와 대구시 모두 예산 집행에 미온적이어서 주민들의 고통은 하릴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일 오후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예정지인 대구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 김기수(60) 씨가 수령이 다해 말라죽은 사과나무를 돌보고 있다. 장성현 기자
지난 2일 오후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예정지인 대구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 김기수(60) 씨가 수령이 다해 말라죽은 사과나무를 돌보고 있다. 장성현 기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지쳐가는 농민들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한 사과농장. 농번기를 앞두고 방제 작업을 마친 김기수(60) 씨가 죽어가는 사과나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가 나무껍질을 쓸어내리자 거무죽죽하게 썩은 나무줄기가 종잇장처럼 뜯어졌다. 2만4천㎡ 규모인 김 씨의 농장에서 자라는 사과나무 3천 그루 중 30%가량은 이미 고사했거나 생산력이 없다.

5년 전만 해도 연간 20㎏ 규격 5천~5천500 상자에, 100톤(t) 이상 수확하던 김 씨의 과수원은 지난해 들어 생산량이 절반 가량 줄었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건 수종을 갱신할 시기를 놓쳐서다. 사과나무는 통상 수령이 15년을 넘어가면 뽑아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 이후 4~5년 간 키우면 수확량이 다시 제 궤도에 오르게 된다.

김 씨가 농장을 매입했던 지난 2014년 수령 10~12년이었던 사과나무들은 미뤄지는 신공항 사업과 함께 훌쩍 나이를 먹었다.

김 씨는 "금방이라도 신공항 건설이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갱신을 한두해 미루다 보니 나무가 모두 고사할 지경이 됐다"면서 "신공항 사업이 언제 본격화될지 모르는데 수천만원을 들여 수종을 갱신할 순 없는 처지"라고 난감해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다.

군위군에 따르면 신공항 군위군 예정지에 소보면 봉황 1~3리와 내의 1~3리 등 6개 마을에 79가구, 28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군 공항 예정지는 66가구, 261명, 민간공항 예정지에는 내의3리 주민 13가구 24명이 산다.

대구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에서 간이 상수도로 이용하고 있는 지하수 관정. 장성현 기자
대구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에서 간이 상수도로 이용하고 있는 지하수 관정. 장성현 기자

◆식수는 마르고, 직불금은 환수당하고…

일부 주민들은 농업인에게 지급되는 공익직불금을 환수당하기도 했다. 10여년 전 농촌마다 바람이 불었던 태양광 발전 사업의 여파다.

당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자 농어민을 대상으로 농지 전용비를 50% 감면하고 저금리 대출을 연계하는 등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태양광 사업 참여를 원하던 주민들은 농지전용신청서를 냈지만 신공항 예정지로 확정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이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농지 전용 신청 사실조차 잊고 살던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날벼락을 맞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태양광 사업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지급한 5년 치 직불금을 환수 조치해서다.

주민들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농지 전용 신청만으로도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농림부의 설명에 고개를 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개발행위제한구역, 토지보상법에 따른 제한 등 중복 규제를 받고 있는 주민들은 도로, 상수도 등 각종 기반 시설의 노후화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가장 큰 고통은 고갈되는 생활용수다. 지하수로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내의리의 경우 지난해 가을 가뭄이 들면서 식수가 마르는 어려움을 겪었다.

군위군은 부랴부랴 농업용 지하수 관정을 수질 검사 등을 거쳐 식수용으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르는 형편이다.

마을 진입로도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농로로 1㎞가량 이어지는 등 주민 불편이 크지만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 오희국(82) 씨는 "언제까지 이런 불편을 기약 없이 견뎌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도로, 상수도 등 최소한의 거주 환경이라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 민군통합공항 위치도. 군위군 제공.
대구경북 민군통합공항 위치도. 군위군 제공.

◆"민항 부지만 우선 보상 어려워…지장물 조사 시작할 것"

국토교통부는 올해 신공항 민간공항(이하 민항) 부문 예산으로 318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공항진입도로 등을 제외한 119억원이 토지 보상 및 기본설계 비용으로 위탁 수행 기관인 대구시에 교부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예산은 군 공항 건설 자금 해결이 막히면서 아직 한 푼도 쓰이지 못하고 있다.

군위군은 이미 편성된 민항 관련 예산이라도 우선 집행해 후속 행정절차 등 사업 추진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민항 부문 예산 집행 지연은 사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의 희생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조치로서 조속한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민 보상과 설계 업무는 대구시가 위탁 수행하도록 돼 있다는 입장이다.

신윤근 국토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추진단장은 "예산은 국토부가 갖고 있지만 대구시가 군 공항 관련 사업을 시작해야 대구시에 민항 부문까지 위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구시의 준비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관련 예산을 지자체에 교부하는데 필요한 행정 절차를 국토부와 재정경제부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상 작업에 필요한 민항 예정지 지장물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내로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실질적인 보상 작업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시는 군 시설 및 공항 예정지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기 전에 민항 예정지만 보상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후 군 공항 예정지와 보상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재경부도 예산 교부를 꺼린다는 이유에서다.

나웅진 대구시 신공항건설단장은 "공항 건설비 해결 등 사업이 본격화하면 예정지 주민 보상과 이주 계획을 최우선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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