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 현장에도 파장이 번지고 있다.
의료용품 상당수가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중동 지역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과 유통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사기와 수액팩 등 기본적인 의료 소모품 수급이 흔들리면서 병·의원과 약국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6일 MBC에 따르면, 서울의 한 신장내과 병원에서는 최근 투석 환자 치료에 필요한 튜브와 주사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약 20명의 환자가 찾는 이 병원은 관련 물품 가격이 기존보다 3배 이상 오르고, 일부 품목은 품절 상태가 지속되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이 풀릴 때마다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특히 자체 공급망을 갖춘 대형 병원과 달리, 동네 병·의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들은 의약품 유통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수시로 구매하는 구조인데, 생리식염수 수액팩과 주사기 같은 기본 품목이 이미 품절된 경우가 많다.
이주경 신장내과 전문의는 "주 3회 이분들은 꼭 그 투석을 받으셔야 되는데 필요한 물품 공급이 어려워지면 이 부분에 생명과도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공급이 중단이 되고 한 달 이상이 지나게 된다면 작은 병원들부터 이제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플라스틱 약통과 시럽 용기 등 대부분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공급 차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약사는 "3월 초에 주문한 거를 중순에 겨우 조금 받고 3월 중순부터는 주문도 지금은 불가(한 상황)"이라며 "갖고 있는 재고로는 아마 한 달 못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른 병원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확인됐다고 KBS는 전했다. 울산 북구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는 하루에 주사기와 카테터 약 200개, 알코올 솜과 거즈 등 500개 이상의 소모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구매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일부 품목 가격은 이달 들어 약 15% 상승했고, 물량도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방인국 소아과 병원장은 "인상도 인상이지만 구매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저희도 3개월 치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한 달 치만 주고 나머지는 차후에 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약국에서는 약통 부족으로 처방 용량을 줄여 제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 약사는 "지금 (약통이) 없는 상황이라서 환자분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드리는 양도 조금 줄여서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만큼은 조금 버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수급 불안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6일 '중동전쟁 경제대응 특별위원회'를 열고, 나프타를 사용하는 품목 가운데 의료용 필수 소모품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수액팩과 주사기 등 의료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품목의 공급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료제품의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관계부처의 역량을 집중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생산기업의 원료보유 현황과 생산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관계 부처와 공유하면서 나프타 등 원료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액제 포장재의 경우에는 향후 3개월간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이미 조치했다"며 "그 이후 물량도 계속 확보하고 대체 공급선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 수액제는 우선순위를 갖고 공급관리를 한다. 문제 없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주사기와 주사침 등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원료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구매 과정에서 품절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유통 단계의 문제 가능성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정 장관은 "보건의약단체와 현장에서 수급불안이 발생하지 않는지 매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수급불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제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각 제품의 특성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력해 신속하게 조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가격 담합이나 출고 조절 등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의료기관과 약국을 향해 과도한 사재기를 자제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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