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처벌 강화를 뼈대로 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8일 시행된다. 임금을 떼먹은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으로 오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30일 안내한 하반기 제도 변경 사항을 보면 벌금 상한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함께 올라간다. 처벌은 세졌지만 국가가 밀린 월급을 대신 내주고 사업주에게서 돌려받는 비율은 18.1%에 그친다. 체불 노동자가 실제로 돈을 쥐려면 처벌 조항보다 대지급금 청구 기한 6개월을 먼저 챙겨야 한다.
김기현 의원실이 지난 8월 공개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간이대지급금 회수율은 18.1%였다. 도산하지 않은 사업장 노동자가 받는 지원금이다. 도산대지급금 회수율 41.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박지혜 의원실이 지난달 21일 공개한 임금채권보장기금 자료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미회수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8558억원이다.
◆ 징역 5년·벌금 5000만원… 공소시효도 7년으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처벌은 그동안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퇴직급여 미지급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으로 9월 18일 먼저 5년·5000만원으로 올랐다. 임금체불 조항이 뒤따른다.
법정형이 오르면서 형사 공소시효도 달라진다. 법제처가 지난달 내놓은 법령 해설을 보면 종전 5년이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년 늘어난다. 퇴사한 지 몇 해 지나 체불 사실을 확인한 노동자도 그만큼 길게 고소 기간을 얻는다.
제재는 처벌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개정법은 손해배상 제재도 들여왔다. 고의로 떼먹거나 3개월 이상 장기 체불한 사업주에게 법원은 체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명한다. 연 20% 지연이자도 퇴직자에서 재직 노동자까지 넓어졌다. 1년간 3개월분 이상 또는 5회·3000만원 이상 밀리면 상습체불 사업주로 지정돼 고용장려금 지원이 전면 제한된다. 노동부는 지난 7월 상습 체불 사업주 859곳의 명단을 구인 사이트 등 민간에 공개했다.
◆ 체불액 2조679억원, 피해 노동자 26만2000명
노동부가 지난 3월 집계한 임금체불 통계를 보면 지난해 체불 총액은 2조679억원이었다. 2024년 2조44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피해 노동자는 26만2000명이다.
윤종오 의원실이 지난 4월 공개한 노동부 자료로는 업종별 체불액은 제조업 6146억원(29.7%), 건설업 4165억원(20.1%) 순이다. 두 업종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파른 쪽은 외국인 노동자다. 신정훈 의원실이 지난달 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체불액은 1548억원이었다. 전년보다 43.6% 늘었고 피해자는 3만684명이었다.
◆ 도산 땐 6개월분, 재직 중엔 1000만원… 기한은 확인서 뒤 6개월
사업주가 돈을 주지 않으면 국가가 먼저 지급하는 제도가 대지급금이다. 도산대지급금은 파산·회생 결정이나 도산 인정을 받은 사업장의 노동자가 받는다. 지원 범위는 지난 8월 20일부터 최종 3개월분에서 최종 6개월분으로 두 배 넓어졌다. 상한은 3150만원이다.
도산하지 않은 사업장은 간이대지급금이다. 노동청 진정을 거쳐 체불임금 확인서를 받으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최대 1000만원을 받는다. 임금 700만원, 퇴직급여 700만원 한도를 합쳐 1000만원이 상한이고, 재직 중인 노동자는 최대 700만원이다.
놓치기 쉬운 것이 기한이다.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은 확인서 발급일로부터 6개월 안에 공단에 청구하도록 못 박고 있다. 이 제척기간이 지나면 체불 사실이 확인돼도 대지급금은 나오지 않는다.
◆ 대신 준 6845억원, 돌려받은 건 29.8%
윤종오 의원실이 지난 3월 공개한 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부가 사업주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은 6845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7242억원이 나갔고 이 가운데 간이대지급금이 6694억원으로 92%를 차지했다.
회수는 뒷걸음질 쳤다. 누적 회수율은 2019년 34.3%에서 지난해 말 29.7%로 떨어졌고, 올해 6월 말에는 29.8%였다. 2024년 임금채권보장기금 변제금 수납액은 목표보다 362억원 적었다.
회수가 막힌 전형은 대유위니아 사례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김위상 의원실 자료를 보면 이 그룹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대지급금 가운데 94억3700만원이 회수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월 국세 체납처분 절차를 도입해 변제금 회수 기간을 290일에서 158일로 132일 줄이겠다고 밝혔다.
◆ "연쇄 도산" 우려와 "반의사불벌 손질" 요구
중소기업계에서는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영세 사업주까지 형사처벌 수위와 배상액이 높아져 연쇄 도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불 사업주의 상당수가 폐업 직전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처벌 강화만으로는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반대편에서는 합의하면 처벌을 면하는 구조가 남아 있는 한 형량 상향의 효과가 제한된다고 본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을 반의사불벌죄로 두되,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가 3년 안에 다시 체불하면 합의해도 처벌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노동법을 연구하는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4년 9월 국회 토론회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임금체불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을 폐지하거나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기한을 공소제기 이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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