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사료 봉지에서 가장 크게 적힌 숫자는 조단백질이다. 높을수록 좋은 사료라는 믿음이 시장을 키웠다. 김선교 의원실이 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국내 펫푸드 시장은 지난해 17억8천만 달러 규모로 커졌다. 이에 따라 반려견 사료 영양성분을 따져보려는 반려인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그런데 그 숫자는 실제 단백질이 아니다. 질소 함량을 재서 계수를 곱한 추정치이고, 콩이나 글루텐으로도 올릴 수 있다. 신장과 심장이 나쁜 개에게 정작 중요한 인과 나트륨은 라벨 맨 앞에 없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 영양기준을 잣대로 사료 라벨 읽는 법을 짚었다.
◆ 조단백질은 '질소 곱하기 6.25'
사료 라벨의 조단백질은 미국국립연구회의(NRC)가 2006년 펴낸 영양요구량 기준대로 질소 함량에 6.25를 곱해 구한다. 단백질이 질소를 품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셈법이다. 그 질소가 닭고기에서 왔는지 완두콩에서 왔는지는 이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다.
여기서 착시가 생긴다. AAFCO는 조단백질 수치가 높아도 콩·글루텐 같은 식물성 원료 비율이 높으면 필수아미노산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동물영양 분석 플랫폼 연구진은 단가를 낮추려 글루텐이나 완두 단백을 섞어 겉보기 조단백질만 올리는 배합이 흔하다고 지적한다.
AAFCO가 정한 성견 유지 사료의 조단백질 하한은 건물 기준 18%다. 성장기 강아지는 22.5%다. 이 선을 넘으면 그 위로 얼마가 더 붙든 기준상으로는 똑같은 '충족'이다. 한 해외 동물영양학 박사는 "문제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단지 더 많은 것일 뿐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어 "육류 단백질 증가만 강조하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칼슘과 인, 양보다 비율
뼈를 생각해 칼슘이 많은 사료를 고르는 보호자가 많다. AAFCO 기준은 거꾸로 상한을 둔다. 성견 사료의 칼슘은 최소 0.5%, 최대 2.5%이고 대형견 강아지는 상한이 더 낮다. 넘기면 골격 질환을 부른다.
더 중요한 건 인과의 비율이다. AAFCO는 칼슘 대 인 비율을 1대1에서 2대1 사이로 규정한다. 수의영양학계는 1.2대1 안팎을 최적으로 본다. 인이 칼슘보다 많아 비율이 1 아래로 떨어지면 균형이 깨진다.
시판 제품은 이 범위를 쉽게 벗어난다. 시판 개 사료 194개를 분석한 2024년 미국 펫푸드 업계 조사에서 칼슘과 인의 평균 함량은 권장치의 두세 배였다. 많이 넣는 쪽으로 쏠려 있다는 얘기다.
국내 화식은 반대 방향으로 흔들린다. 대한수의학회지에 2023년 실린 국내 시판 화식 11종 분석에서 절반 가까이가 칼슘 대 인 비율 1대1 미만이었다. 열에 아홉은 셀레늄이 AAFCO 기준에 못 미쳤다. 셀레늄 결핍은 심근병 위험과 닿아 있는 항목이다.
◆ 신장병견 수명 가른 건 단백질 아닌 '인'
고단백 사료가 신부전을 부른다는 말은 통념에 가깝다. 수의영양학계는 신장질환 진행을 늦추는 핵심을 단백질이 아니라 인 제한으로 본다. 1992년 미국 연구진의 만성 신부전견 실험에서 생존율을 유의하게 늘린 인자는 단백질 양이 아니라 인을 0.4%로 제한한 식단이었다.
식이 조절의 효과는 크다. 자연 발생 만성 신부전견을 다룬 2002년 미국수의내과학회지 임상 연구에서 신장식을 먹인 개가 사망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은 594일, 일반식은 188일이었다. 세 배 넘게 벌어졌다. 한국소비자원에도 단백질 수치만 보고 고단백 사료를 먹이다 신부전 초기 진단을 받은 노령견이 저단백·저인 처방식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다만 단백질을 무턱대고 깎아선 안 된다. 미국수의영양학연구협회(ACVN) 가이드라인은 단백질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근육과 체중이 빠져 생존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는 과도한 단백질과 인이 요독증을 부른다며 저단백·저인 설계를 권한다. 낮추는 폭과 인 함량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 심장병견의 나트륨, 라벨엔 없다
국내 사료관리법상 반려견 사료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성분은 일곱 가지다. 조단백질·조지방·칼슘·인은 최소량을, 조섬유·조회분·수분은 최대량을 적는다. 심장병견 관리의 핵심 지표인 나트륨은 이 목록에 없다.
AAFCO는 성견 사료의 나트륨 최소 요구량을 0.08%, 성장기는 0.30%로 둔다. 결핍을 막는 하한이지 심장병견을 위한 상한이 아니다. 처방식을 고를 땐 제조사가 따로 공개한 나트륨·인 수치를 봐야 하는 이유다.
제도도 이 틈을 메우지 못했다. 질병 관리 목적 처방사료를 특수목적사료로 따로 분류하는 안은 고시 개정 과정에서 무산됐다. 한국펫사료협회는 현장 혼선을 우려한다.
◆ 2028년 9월 '완전사료' 표시제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사료 고시를 고쳐 개·고양이 사료에 영양학적 기준을 넣었다. 성장단계별 영양기준을 모두 채운 사료만 '반려동물완전사료'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제품명에 특정 원료를 내세우거나 건강 기능을 적으면 그 원료 함량을 공개해야 한다. 3년 유예를 거쳐 2028년 9월 전면 시행된다.
기준은 국립축산과학원이 2024년 내놓은 영양표준이다. 성견과 성장·번식기, 고양이를 나눠 필수 영양소 목록을 정했다. 미국도 라벨을 바꾼다. AAFCO는 영양성분을 1회 급여량당 그램 수로 병기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6년 유예를 거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업계 부담은 남는다. 한국펫사료협회는 포장재 교체와 40여 종 영양성분 실증 분석 비용이 중소 제조업체에 무겁다고 본다. 한국수의영양학회의 한 전직 임원은 "사료를 주식으로 먹는 반려동물은 필수 영양소를 모두 채우는 완전균형 영양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성견 한 마리가 사료에서 채워야 한다고 정한 영양소는 38종이다. 조단백질은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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