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7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제1사단 정문 앞. '해병대는 대답하라'라고 적힌 붉은색 띠와 '반백년 이상 참아왔다'라는 노란색 띠를 머리에 동여맨 오천읍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60여 명까지 불어난 주민들은 '태풍재난 인명피해 해병대는 배수시설 빨리하라', '세월없는 부대이전 해병대는 대답하라'고 적힌 현수막과 '수십년을 참아왔다 해병대는 오천주민 만만한가', '가족처럼 생각했는데 해병대는 오천주민 이용만 하나' 등 해병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꺼내들었다.
주민들이 집회 준비를 마치자, 검은 모자에 붉은 띠를 맨 오염만 오천 민·관·군 상생협의회 민간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해병대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다.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해병대 앞에 모인 가장 큰 이유는 2022년 오천읍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봤음에도 해병대의 배수시설 설치 공사가 착공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천읍에서는 냉천과 광명천, 세계천 등이 범람하면서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겼다. 오천읍 도로에서는 7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등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침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고지대에 위치한 군부대를 지목했다. 비가 오면 고지대인 군부대에서 저지대인 오천읍으로 빗물이 유입된다는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태풍 힌남노 당시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부대 안에 논과 나무가 많았지만 지금은 포장된 곳이 많아 비가 내리면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다"며 "국방부에서 우수관과 저류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했다.
해병대 측은 배수시설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을 마쳤지만, 사업 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않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병대에 따르면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으면 국방부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배수시설 조성 예상 사업비는 780억원 상당이라고 해병대 측은 전했다.
해병대 제1사단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 대상에 다시 신청했다"며 "우선적으로 내년부터 사단 자체 예산을 활용해 배수로 확장 공사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 나선 주민들의 불만은 배수시설 설치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집회 행렬 끝에는 '부지 이전 약속 해병대는 더 이상 미루지말라'는 피켓을 든 주민이 보였다. 이 주민은 "군수대대 이전한다고 한 게 지난해였는데, 2028년으로 연기되더니 전차대대 이전도 2028년에서 2031년으로 바꿨다"고 했다.
오천읍 주민들은 수십 년간 군사시설로 인한 소음과 생활 불편을 겪으면서 부대 이전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기존 부지에 공원 등 문화시설을 조성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해병대 측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군수대대와 전차대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까지 이전하기로 했던 군수대대는 2028년으로, 전차대대는 2028년에서 2031년으로 각각 연기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전 예정 부지의 토지 소유주들과 보상 협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연기됐다"며 "앞으로 관련 사항을 주민들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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