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졌다. 발단(發端)은 정부의 예산 감축에 반발한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였고, 물가와 생계난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합류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 17일 시위에는 정부 추산 약 55만 명이 참가했고, 2천400명가량이 체포됐으며 상점 1천500곳이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재정 압박 속에 허리띠를 졸라맸다. 공공부채가 올해 GDP의 119.3%, 내년 121.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고, 총리는 540억유로를 절감하지 않으면 내년 적자가 GDP의 6.5%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감축의 고통은 학교 같은 일상의 현장에서 체감됐고, 연금 등 지출을 키우는 근본 요인 대처는 더뎠다. 큰 폭의 감축은 의회에서 잇따라 막혔다. 앞서 바르니에 내각은 긴축(緊縮) 예산안으로 불신임을 당했고, 바이루 총리도 긴축 예산안 신임 투표에서 졌다. 긴축이 답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사회적·정치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거나 미루는 사이 감축은 점점 급해지고 반발도 커졌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태를 한국에 그대로 투영(投影)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교육, 물가, 생계난이 겹친 복합적 사건이고 한국의 부채 비율은 프랑스의 절반에 못 미친다. 정치·사회 구조도 다르다. 그러나 위험 신호, 즉 지출 압력과 규율의 약화는 한국에서도 보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9%로 재정준칙 상한 3%를 2020년부터 6년째 넘었다. 내년 예산안은 총지출이 12.8% 늘어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정부는 재정지표가 개선된다고 설명하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수입이 늘어난 덕이다.
부채 비율이 50% 안팎이라는 데 안도(安堵)해선 안 된다. 재정준칙 법제화, 연금 구조개혁 로드맵, 초과 세수를 항구적 지출 확대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등을 위기 전에 합의해야 한다. 프랑스는 합의 없이 개혁을 밀어붙이거나 미루기를 반복했고, 반발과 교착 속에 큰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합의를 먼저 만들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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