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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안경 잠깐 벗어봐"…수능 'AI 스마트안경" 변수에 부담 커진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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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지침상 감독관 육안 식별에 의존
교사들 "수험생 항의·민원 모두 교사 몫"

서울 한 가전매장 스마트안경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가전매장 스마트안경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시험장에서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교육 당국이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 적발을 감독관의 '육안 식별'에만 맡기면서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감독관을 맡는 교사들은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학생들은 괜한 의심을 받아 시험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불안감을 호소한다.

◆국내외 실험에서 효과 측정

지난 5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스마트안경은 초소형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이 내장돼 있는 안경으로 챗GPT·제미나이 등 AI와 결합해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뿔테 안경과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신종 부정행위 도구로 시험장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효과도 국내외 모의 실험을 통해 하나둘씩 측정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진행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중의 스마트안경을 끼고 측면 카메라로 수능 기출문제를 비췄다. "수능 영어 영역 22번 문제를 풀어줘"라고 말하자 렌즈에는 "3번"이라는 정답이 즉시 표시됐다.

유명 IT 유튜버 '테크몽'이 지난 6월 공개한 영상에서는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수능 수학 모의고사 30문제를 푸는 데 단 18분이 걸렸다. 채점 결과는 96점이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에서도 스마트안경 착용자의 시험 평균 점수가 92.5점으로, 전체 평균인 72점을 크게 웃돌았다.

유튜버
유튜버 '테크몽'이 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해 수능 수학 모의고사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수능 감독관 육안 식별 의존

최근 교육부는 스마트안경 착용 의심이 되는 수험생 발견 시 대응 지침이 담긴 '2027학년도 수능 주요 상황별 대처요령 시나리오' 자료를 각 시도교육청에 배포했다.

지침에 따르면, 시험 전 스마트안경을 쓴 것으로 의심되는 수험생에겐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도록 요청한다.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부정행위로 처리될 수 있다. 시험 도중엔 의심되는 수험생을 지켜보다가 그 교시가 끝나 문제지와 답안지를 거둔 뒤 확인하도록 했다.

수능 시험 중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거나 사용하면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1년간 응시 자격이 정지된다. 스마트안경을 단순 소지하거나 반입한 경우에는 당해 시험만 무효 처리된다.

문제는 감독관이 수험생의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눈으로 살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험장별 환경 차이로 탐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전파탐지기를 올해 수능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험 앞두고 현장 혼란 가중

교사들은 실물로 본 적도 없는 스마트안경을 식별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검사·적발 과정에서 따르는 수험생 항의와 민원도 교사가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첨단 전자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까지 감독관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교육 당국이 명확한 확인 기준과 대응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스마트안경 단속과 관련해 수능 운영의 부담과 위험을 중등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의 개선을 촉구하며 전국 교사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시험장에서 감독관에게 괜한 오해를 사거나 검사를 받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에 대한 염려가 나온다.

지역 고3 이모 군은 "원래 뿔테 안경을 끼다가 최근 얇은 테 안경으로 바꿨다"며 "쓰던 게 편하지만 중요한 시험인데 괜히 신경 쓰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3 김모 양도 "안경 도수가 높아서 얇은 테는 못 쓰는데 괜히 오해받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평소 예민한 편인데 감독관이 계속 주시하면 어떡하냐"고 우려했다.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진행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 스마트안경을 끼고 수능 영어 영역 기출문제 풀이 시연을 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진행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 스마트안경을 끼고 수능 영어 영역 기출문제 풀이 시연을 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기술 속도에 맞춘 대책 필요

대구시교육청은 동영상, 브로슈어를 통해 감독관들이 스마트안경 식별 요령을 숙지하도록 지원하고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부정행위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음 달 5일 관계자 회의를 갖고 교감, 교무부장, 장학사 등을 대상으로 실물을 통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지역의 감독관, 관리요원이 총 4천여 명에 달해 전체 감독관에게 실물 교육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형적인 특징이 뚜렷해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며 "애매한 경우 본부에서 함께 판단하도록 하고 민원이나 소송에 대비한 보험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속화되는 기술 발전에 따른 교육 당국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명숙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감독관이 시험 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험생의 안경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당장은 스마트안경 확인 전담인력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을 모니터링하면서 AI 기기 확산에 맞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행위 적발 시 최대 1년 시험 응시 불가로 미온적 처벌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처벌 기준을 강화해 부정행위를 시도하는 행위가 자신에게 큰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수능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을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 혐의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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