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혀 먹으면 수백 명의 소인이 눈앞에 나타나는 버섯의 정체를 미국 연구진이 DNA 분석으로 밝혀냈다.
미국 유타대 연구진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Lanmaoa asiatica'가 중국 윈난성 남서부와 필리핀 북부에서 보고된 기이한 환각의 원인 버섯임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유타대 박사과정생 콜린 돔나워와 유타대·유타자연사박물관 소속 균류학자 브린 덴팅어가 공동 저술했으며, 2026년 6월 5일 국제학술지 Mycologia에 게재됐다.
이 환각 현상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키 약 15cm의 소인족에서 이름을 딴 '릴리퍼트 환각(Lilliputian hallucination)'으로 불린다. 연구에 따르면 환각을 경험한 사람들은 키 3~30cm의 소인을 수십~수백 명씩 선명하게 목격하며, 약 90%가 이들을 형형색색 옷을 입은 엘프·광대 등 동화 속 존재로 묘사한다.
이 소인들은 가구 주변을 걷거나 벽을 타고 오르는 등 실제 물리 환경의 법칙을 따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원문에 기록된 한 사례에서는 국을 먹던 사람이 숟가락에서 소인이 뛰어내려 그릇 안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수십 년간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문화적 믿음이나 민간 전설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해왔으나,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버섯과 관련된 증상은 이미 3세기 중국의 도교 문헌에도 기술됐을 가능성이 있다. 서양 과학계가 이 현상을 처음 접한 것은 1934년으로, 파푸아뉴기니 주민들이 야생 버섯을 먹은 뒤 소인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중국에서 '젠서우칭(Jian shou qing)', 필리핀에서 '세데스뎀(Sedesdem)'으로 불리는 이 버섯들은 외형이 서로 달랐지만, DNA 분석 결과 동일한 Lanmaoa asiatica 종으로 확인됐다. 이 버섯은 윈난성에서 즐겨 먹는 식용 버섯으로, 현지에서는 손으로 만지면 빠르게 색이 변한다는 뜻의 '젠서우칭'이라 부른다. 충분히 익혀 먹으면 환각이 나타나지 않지만, 덜 익히면 증상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사이로시빈을 포함한 기존의 알려진 향정신성 물질이 이 버섯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 버섯이 지금까지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환각 물질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알려진 환각 물질은 사람마다, 경험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Lanmaoa asiatica에 의한 소인 환각은 반복적이고 일관되게 보고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연구진은 더 넓은 란마오아(Lanmaoa) 속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53개 버섯 표본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란마오아 속에 속하는 17개 종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4종은 과학계에 처음 보고되는 신종이었다.
연구진은 이 미지의 물질을 규명하면 신경 질환과 비정상적 시각 경험, 뇌가 현실 인식을 구성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해당 물질을 분리·동정해 그 화학적 성질을 규명하는 것으로, 이는 특정 신경 질환에서 나타나는 환각의 메커니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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