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냄새 난다'
이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옷 좀 잘 입는다는 사람은 들으면 억울할 테고, 패션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검은색 상의에 슬랙스, 어딘가 비슷비슷한 옷차림을 놀리는 말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보다 무신사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표현도 없다. 놀림의 대상이 될 만큼 하나의 스타일이 대중화됐다는 뜻이니까. 신간 '진격의 무신사'는 고등학생이 만든 신발 커뮤니티가 기업이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진격의 무신사'는 중앙일보 기업연구부 소속인 두 기자가 수개월간 무신사 전·현직 임직원과 패션·유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해 창업부터 기술 투자, 브랜드 확장, 부동산 전략, 상장 추진까지 살폈다. 성공담을 나열하기보다 무신사가 성장의 변곡점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추적한다.
무신사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시작된다. 2001년 고등학생 조만호가 만든 신발 마니아 커뮤니티가 시작이었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이 저장된 곳'이라는 이름처럼 운동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나눴다. 2003년 독립 사이트 무신사닷컴으로 발전했고, 2009년 온라인 패션 스토어를 열면서 커뮤니티는 커머스로 전환했다.
창업 초기 조만호 대표가 사이트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끼던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팔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매달 60만원에 이르는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좋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잠재 고객이 되고, 그들의 관심사가 상품 거래로 이어졌다. 무신사는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취향과 신뢰를 상업적 기반으로 바꿨다.
무신사는 옷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2017년 선보인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슬랙스의 핏과 길이, 색상을 세분화해 소비자마다 다른 취향을 공략했다. 플랫폼에서 쌓은 구매 후기와 고객 데이터가 상품 기획으로 이어진 것이다. 입점 브랜드를 모으는 데서 나아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브랜드를 키우는 방식도 달랐다. 마뗑킴과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같은 브랜드가 무신사를 통해 소비자와 만났고, 브랜드가 늘수록 소비자가 플랫폼을 찾을 이유도 많아졌다. 여기에 여성 패션 플랫폼 29CM 인수와 뷰티·리빙·키즈로의 확장, 성수동 오프라인 매장과 팝업스토어까지 더해졌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사업을 상품과 공간으로 넓혀온 것이다.
이제 무신사는 상장이라는 다음 관문을 앞두고 있다. 무신사의 2025년 매출은 1조4천679억원, 영업이익은 1천405억원이다. 2026년 9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2027년 상반기 상장과 기업 가치 10조원을 목표로 한다. 관건은 몸집을 키우는 속도만큼 수익성과 해외 경쟁력도 증명할 수 있느냐다.
국내에서 통했던 브랜드 발굴과 상품 기획, 플랫폼 운영 방식이 다른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사업 영역을 넓히는 속도만큼 각 사업의 수익성과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신발 마니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가 상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32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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