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점 대비 35% 급락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코스피를 두고 증권가가 내년 반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업 이익은 견조한 데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예상 범위를 5000~1만대로 제시하며 역사적 저평가 국면이 해소되는 '리레이팅'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4% 내린 5937.66에 거래를 마쳤다. 28일 SK하이닉스의 100조원 주주환원 발표에 힘입어 6%대 급등하며 열흘 만에 6000대를 회복했지만 전일 삼성전자 주주환원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하루 만에 6000대를 내줬다. 올해 코스피는 지난 6월 22일 종가 기준 9114.55로 고점을 찍은 뒤 넉 달 만에 35% 가까이 밀렸다.
이날 오전 9시11분 현재도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3% 급락한 5704.34에 거래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인공지능(AI) 관련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압박한 영향이다.
이처럼 연일 출렁이는 장세에도 증권가는 중장기 시각에서 반등 가능성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실적과 주가의 괴리다. 주가는 급락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대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도 코스피 PER이 4배까지 낮아져 과거 금융위기에 준하는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이 추산한 내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은 삼성전자 3.3배, SK하이닉스 2.7배로, 선행 PER이 7~8배인 마이크론·샌디스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 코스피 전망치는 증권사마다 크게 엇갈린다.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내년 코스피 예상 범위는 최저 5000에서 최고 1만선에 걸쳐 있다.
가장 낙관적인 곳은 유안타증권으로, 예상 범위를 6000~1만으로 제시하고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는 1만2000대까지 도약할 수 있다고 봤다. 한화투자증권도 목표지수 8500, 예상 범위 6000~9300으로 비교적 높은 눈높이를 내놨다. 키움증권은 5100~8100, 대신증권은 상단 8200을 제시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5000~8000(적정 지수 7000)으로 가장 보수적이었고, iM증권도 기본 시나리오 상단을 7500으로 잡았다.
지수의 반등 시점으로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장권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눈높이는 그대로인데 가격만 먼저 무너졌다"며 "연말 장기공급계약(LTA)과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으로 메모리 리레이팅이 시작될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상승의 대부분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5.5%로 사상 최고 수준인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8배에 그쳐 과거 관계로 추산한 값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반등 흐름을 두고는 전망이 갈린다. 한화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상반기 반도체가 주도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세가 커지는 '상저하고'를 예상한다. 반면 대신증권은 상반기에 저평가가 해소된 뒤 하반기엔 수출·이익 증가율 둔화와 물가 부담으로 상승세가 꺾이는 '상고하저'를 전망하며 내년 3분기부터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기대수익률이 하반기보다 높다고 봤다.
관건은 반도체 이익의 지속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약세였던 것은 당장의 실적 규모보다 높아진 수익성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익의 절대 규모보다 이익 지속성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내년 2분기 이후 금리·유가 불안이 진정되고 기업 이익 지속성이 확인되면서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외국인 수급도 핵심 변수다.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 규모는 연평균 시가총액 대비 4%로 2008년 금융위기(4.56%)에 근접했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AI 투자 관련 신용위험이 완화되면 외국인 매도도 잦아들 것이란 분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마무리되는 11월 중하순부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며 "연말 랠리와 내년 초 증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이익 증가만으로는 지수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익이 급증해도 주가에 반영되는 비율은 오히려 낮아져왔기 때문이다. iM증권은 과거 상승기에 삼성전자 주당순이익(EPS)이 14배 늘었을 때 주가는 4배 오르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수가 한 단계 올라서려면 이익 자체보다 시장이 그 이익에 매기는 멀티플(주가 배수)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리레이팅은 AI 적용 기업의 비중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가 확인될 때 가능하다"며 "이익보다 시장 구성과 자본 효율의 변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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