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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 상화(尙火)문학관 건립의 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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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애국 계몽운동에서 항일 투쟁을 거쳐 민주주의를 위한 항거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에 확실한 자취를 남겨왔다. 그 중심에는 나라 잃은 아픔을 노래하고 실천한 시인 이상화(1901~1943)가 있다. 그의 삶과 문학을 보존·연구하며 그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대구 정신을 고양시키려는 상화문학관 건립을 온 마음을 다해 지지한다.

1904년 설립된 우현서루는 대구 계몽운동의 토대였다. 상화의 백부 이일우는 이곳에서 인재 양성과 계몽 활동에 힘썼고, 이 서루를 장지연, 박은식, 이동휘 등 150명 이상의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가 거쳐 갔다. 1911년 일제에 의해 폐쇄될 때까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상화는 성장했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경제적 자주를 지켜 국권을 회복하려는 시민들의 애국 운동이었다. 백부가 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기부금을 내는 모습을 상화는 목격하며 자랐다.

상화의 항일 정신은 1919년 대구 3·8만세운동에서 구체화 됐다. 그는 백기만과 함께 만세운동을 준비했고, 백기만은 대구고보(경운중·경북고), 상화는 계성학교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이상화의 집을 연락 거점으로 독립선언문을 인쇄하고 태극기를 만들었다. 경찰의 추적을 받은 상화는 추적을 피해 도보로 서울까지 피신했다. 그에게 독립은 행동으로 응답해야 할 시대적 과제였다.

그의 저항 정신은 문학, 사회활동, 교육으로 이어졌다. 1922년 '백조' 창간호에 발표한 '말세의 희탄(欷嘆)'은 나라 잃은 아픔을 백열(白熱)된 쇠처럼 오열했다. 1926년 '개벽'에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식민지 현실의 고통과 국권 회복의 염원을 담았는데 작품 속 '들'은 삶의 터전일 뿐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상징한다. 1926년 초봄, 상화는 앞산 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보리밭을 걷고 걸으며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끝나는, 지난 100년간 우리 가슴을 울렸던 이 시를 완성했다.

1927년 초봄엔 대구로 귀향해 신간회 대구지회 출판 간사로 활동했고, 1928년엔 무장 항일 투쟁을 목적으로 한 'ㄱ당 사건'과 관련돼 구금되기도 했다. 1933년 8월에서 1939년 3월까지 교남학교(대륜 중고)에서 영어·작문·조선어 교육에 힘썼고 교가도 작사했는데 대륜 중고에서 지금도 불리고 있다. 1943년 광복 직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문학과 실천은 대구 정신의 큰 획이 되었다.

그의 저항 정신은 해방 이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투쟁과도 맞닿아 있는데 1946년엔 미군정의 지나친 쌀 강제 수집과 제한 배급 정책에 항거한 10월 항쟁으로, 자유당 정부 12년간은 야당 도시로, 1960년엔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궐기한 2·28민주운동으로 발현됐다. 특히 2·28민주운동은 발발 쉰 하루 만에 4·19혁명이라는 꽃을 피웠다. 항일 운동, 10월 항쟁, 그리고 2·28민주운동은 시대는 달랐지만 모두 자유와 인권을 주창했던 것이다.

상화문학관은 이러한 역사와 문학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공의 공간이 될 것이다. 작품과 발표 지면, 관련 기록을 수집·보존·연구하고, 상화의 항일운동과 교육 및 사회활동을 함께 조명해야 한다. 개인과 가족, 대학, 소장자에게 흩어진 자료를 조사하고 출처와 진위를 확인해 원본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아카이브도 구축해야 한다. 상화 고택이 시인의 흔적을 전한다면 문학관은 자료 보존과 연구, 전시 및 교육을 담당할 것이다.

문학관은 미래세대를 위한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다. 청소년 작품 읽기와 역사 탐방, 시민 문학 강좌와 시 낭송, 연구자를 위한 자료 제공 등을 꾸준히 진행하면 시민들은 상화 문학과 정신의 토대 위에서 현재를 성찰하게 될 것이다.

금년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발표 100주년을 맞는 해다. 대구방송국(TBC)은 이상화 시리즈를 제작·방영했고 상화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학술 포럼을 열었으며 대구시에 건립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대구시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문학관을 중심으로 문학축제를 열어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고양시키고 대구 정신을 정립시키면 시민들은 보다 큰 자긍심을 느끼며 달구벌대로를 활보하게 될 것이다.

김노주(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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