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외국인주민은 이미 6만명을 넘어섰고, 산업현장의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대학의 유학생도 증가세다. 해마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대구에서 일하고 공부하는지는 각종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은 흐릿하다. 이들이 대구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취업이나 체류자격 변경 이후에도 지역에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부족하다. 외국인의 유입 규모는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 지역 정착으로 이어졌는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 E-9 비자 증가…장기체류·잔류 현황은 '無'
대구에서 일하는 비전문취업(E-9) 외국인은 최근 4년간 크게 늘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따르면 대구에 체류지를 둔 E-9 외국인은 2021년 4천910명에서 지난해 7천450명으로 2천540명(51.7%)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장기체류 자격을 취득한 뒤에도 대구에 계속 거주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E-9 외국인의 대표적인 장기체류 전환 경로 중 하나인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인원과 전환 이후 지역 잔류 인원, 등록외국인의 거주기간별 현황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해당 자료를 별도로 보유·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9 체류자격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 사업주가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주로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에서 활용된다. 취업활동 기간과 사업장 변경 등에 제약이 있어 체류인원 증가가 곧 지역 정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기체류 자격으로 전환한 뒤에도 대구에서 계속 생활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이를 판단할 자료는 부족하다.
대구시 역시 E-9 외국인의 장기체류 자격 전환과 이후 지역 잔류 현황을 별도로 파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유학생 85% 몰린 대학 3곳…졸업 후 대구 잔류는 '깜깜'
외국인 유학생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대구 지역 외국인 유학생은 2021년 6천739명에서 2023년 5천473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7천457명으로 늘었다. 올해 4월 기준 대구시가 파악한 외국인 유학생은 7천643명이다.
계명대(3천541명), 경북대(1천696명), 영진전문대(1천298명) 등 3개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모두 6천535명으로 대구 전체의 85.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 모두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대구에서 취업해 계속 거주하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북대에 따르면 외국인 졸업생 중 취업자는 2021년 6명에서 2024년 17명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졸업생 122명 가운데 진학자와 체류종료자 등을 제외한 취업대상자 58명 중 17명이 취업했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은 공식 취업률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통해 국내 취업 여부는 일부 확인할 수 있지만, 취업지역은 별도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계명대 역시 직장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통해 국내 취업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고용기관이나 근무지역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5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외국인 졸업생 233명 가운데 국내 취업자로 확인된 인원은 31명이었으나, 이 중 대구 지역 취업자가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영진전문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668명이 졸업했지만, 취업 여부와 취업지역 등 졸업생 진로 관련 자료는 모두 '정보부존재'로 회신했다.
◆ 대구 유학생들…졸업 후 취업이 관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 후 지역 취업과 잔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 대구에 남기를 희망하는 유학생들은 일자리와 체류자격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빌럴리딘(26) 씨는 2023년 3월 경북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3년 7개월째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졸업 후에도 대구에 남아 한국어 교육이나 교육 콘텐츠 제작 등 전공과 언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그는 "이미 익숙해진 생활환경과 인간관계가 있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지원할 수 있는 채용정보를 찾기 어렵고, 취업비자 요건도 복잡하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빌럴리딘 씨는 "외국인 유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적거나 제가 전공과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어렵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라지야(23) 씨 역시 대구에 남기를 희망한다. 한국에 온 지 약 2년 된 그는 졸업 후 대구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전공과 관련된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라지야 씨는 "대구는 서울보다 생활비 부담이 비교적 적고, 공부와 일상을 병행하기에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외국인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와 기업 정보가 부족하고 취업비자 문제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유학생들이 대구에 남기를 희망하더라도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안정적인 취업 기회가 뒷받침돼야 한다. 유학생 유치 규모뿐 아니라 졸업 이후 지역 취업과 잔류 여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규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학생은 유치 인원보다 졸업 후 지역기업 취업과 지역 잔류 여부가 중요한 정착지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의 학적·취업자료와 체류 관련 자료가 기관별로 분산돼 있고 개인정보 문제도 있어 지속적인 추적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면서도 "가능한 범위에서 자료 연계나 졸업생 추적조사 등을 통해 '유치와 졸업, 취업, 지역 잔류'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성과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 유선민 중령 "'내란'이라 말하면 진급, 군 역사에 치부" 기자회견 공유
'6조' 호남 반도체 예산 심의에 카페 대표, 의사가?…민간위원 면면 보니
"안산척 했지만" 생수·라면 한가득…400만원 들여 재난 가방까지, 왜 이런일이
특전사에 모델 워킹 교육... 박충권 "北은 미사일 쏘는데, 제정신 아냐"
李대통령 "서울 주요지역 집값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폭락 걱정까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