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에 쓰일 6조원 규모의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을 점검할 정부 위원회에 정작 반도체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분야 민간위원으로 디저트 카페 대표와 정형외과 전문의 등이 이름을 올리면서 위원회의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5일 조선일보는 산업통상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국무총리실 산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지원위)는 정부위원 19명과 민간위원 16명 등 모두 35명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산업 분야 민간위원은 김소우 슬라이폭스 대표, 이근배 전남대 총장,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 등 3명이다.
논란의 핵심은 산업 분야를 대표해 위촉된 민간위원들의 이력이다. 김소우 대표는 전남광주와 서울 등에서 일본식 과일 샌드위치 전문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김 대표를 지역 청년 기업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원위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뒤인 지난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역 창업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산업 분야 민간위원인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정형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관절 분야 전문의로 알려졌다. 다만 2025년 전남대 총장에 취임한 이후 산학 협력과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경구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토공간혁신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5극 3특' 구상 설계에도 참여한 인사로 소개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 가운데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정부가 전문성 보완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위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한 예산을 심의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기반 시설 조성과 입주 기업 지원, 인력 양성 등에 매년 1조5000억원씩 총 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원위는 관련 예산을 심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행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도 맡는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이를 바로잡도록 권고할 수 있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관리하는 기구인 만큼 위원 구성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비롯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지원위를 발족했다.
총리실은 지난 8월 지원위 민간위원을 발표하면서 "민간위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 자체의 기술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 산업과 인재 양성, 균형 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인사들을 참여시켰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전문가가 산업 분야 민간위원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 위촉이 법적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며 "총리가 다양한 경로로 추천받은 인사들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는 과정에서 여성·청년 등 다양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도 "지원위에는 반도체 소관 정부위원뿐만 아니라 전력·에너지 정책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민간위원들의 전문성을 정부위원들이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비전문가 임명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제빵, 인재 양성, 균형 성장에 관심 있는 분들로 도시 개발 측면에서 분야별 대표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총리실은 국회에서 위원 구성에 대한 보완 요구가 있을 경우 향후 민간위원 구성을 조정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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