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남의 밑

출판사의 사장이라고 하면 상당한 재력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선책을 만들기 위해선 그 많은 활자의 준비, 인쇄.제본시설에다 이 시설들을 운용할 인력을 다 수용하려면 작게 잡아도 큰 빌딩하나 정도와 전국주요도시마다 지사형태의 유통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신간발간량이 많은 몇몇의 출판사가 한두공정정도의 인쇄업무를 자사에서 처리할뿐 사실은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그래서 출판인들이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쇄업계의 여러 분야에 걸친 협력업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돈이 흔해진 탓도 있지만금융산업의 발달과 함께 자립하는 소규모 사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남의 밑에서 일하느니보다, 하고 싶을 때는 밤새워 일하고 문닫고 싶으면 언제나 셔터내리고 놀러가도 되니 자기사업이 배짱이 편할 것 같아서라는 동기가 꽤 많다.

이중에는 동고동락하던 이가 있어 나중에 물어보면 [거래처에 나가면 대일출판사 부장때 목에 힘주지, 사장이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데요. 휴일도 거래처에서 나오겠다면 꼼짝없이 문열어야 하고...]한다.

직장생활을 {남의 밑}으로 매도하는 풍토가 소규모의 사장을 많이 양산하여하청대열에 뛰어듦으로써 우리같은 출판인들의 편의야 이만저만이 아니다.밤이라도 새워 일을 맡겠다는 소사장이 많다. 원가절감에도 다소 도움이 된다.하지만 영세성, 전문성의 결여, 경쟁력 약화로 인한 덤핑등 업계로서는 성장이나 기술축적에 있어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남의 밑}이라는 의식이 업계에서 사라지지 않는한 인쇄산업은 꾸준히 첨단시설을 갖추고서도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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